[추천영화]
희생자와 가해자의 숨겨진 역사, <그림 러브 스토리>
2007-07-13
글 : 김도훈

<그림 러브 스토리> Grimm Love
마틴 바이츠/ 독일/ 2006년/ 90분/ 금지구역

성적인 만족을 위해 당신의 몸을 식사로 제공할 수 있는가. <그림 러브 스토리>는 지난 2001년 독일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로텐부르그 식인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로텐부르그 식인사건은 42살의 남성 아르민 마이베스이 인터넷에 ‘인육 제공자’를 구하는 광고를 낸 뒤, 수많은 지원자 중에서 43살의 남성을 골라서 먹어버린 사건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사건이 희대의 식인살인마 제프리 다머의 케이스와는 완벽하게 달랐다는 사실이다. 희생자는 타인에 의해 잡아먹히기를 능동적으로 원했고, 두 사람은 첫만남으로부터 6개월 동안 인간적인 교감을 하며 완벽한 식인 시기를 기다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인간은 성적 만족을 위해 다른 인간을 먹을 수 있을까. 과연 인간은 성적 만족을 위해 다른 인간에게 먹힐 수 있을까. 영화 <그림 러브 스토리>는 (로텐부르그 사건에서 따온) ‘올리버 하겐 사건’에 대해 논문을 쓰는 대학원생 케이티 암스트롱을 내세워 희생자와 가해자의 숨겨진 역사를 파헤친다. 외롭게 살아온 올리버 하겐의 과거와 어린 시절부터 성정체성과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으로 고통받은 희생자의 과거가 플래시백으로 진행되고, 관객은 두 인물이 과거로부터 생생하게 걸어나와 식인 의식을 실행하는 과정을 눈으로 지켜보게 된다. 고어장면의 쾌락을 기대하지는 말자. 이 영화는 실제 사건에 대한 도덕적 질문을 던지는 고통스러운 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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