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소녀들의 예민한 감성 <내일의 나를 만드는 방법>
2007-07-13
글 : 김민경

<내일의 나를 만드는 방법> How to Become Myself
이치가와 준/ 일본/ 2007년/ 97분/ 월드판타스틱 시네마

‘찬란한 청춘’이라고들 하지만, 정작 그 나이의 소녀들은 제 예민한 감수성 때문에 매일매일 마음의 전쟁을 치른다. 생기발랄한 여고생들의 커뮤니티는 왕따와 인기인,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아이들로 3분된 철저한 역할 놀이의 장이다. <내일의 나를 만드는 방법>은 자신의 역할에 지친 여학생들의 가냘픈 소통의 몸부림을 그린다. 학교도 집도 재미없는 평범한 소녀 주리는 따돌림당하는 가나코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외로움을 감지한다. ‘코토리’라는 가명으로 가나코에게 문자를 보내기 시작한 주리는, 왕따당한 주리에게 활달하고 매력적인 친구 ‘히나’를 연기하게 한다. ‘코토리’가 문자 메시지로 알려주는 대로 사교력 있고 인기좋은 ‘히나’를 연기하며 가나코는 점점 자신감을 찾지만, 이 역할 놀이는 소녀들의 마음속 미묘한 균열을 돌아보게 하는데…. <내일의 나를 만드는 방법>은 전학온 첫날의 떨리는 공기와, 도식적인 교우관계를 견디지 못하는 소녀들의 예민한 감성 등을 효과적으로 잡아내는 성장 드라마다. <토니 타키타니>에서 카메라의 이동에 원작 소설의 심리를 실어날랐던 이치가와 준 감독은 이번에도 촬영과 편집에 소녀들의 시선을 충실히 녹여넣는다. 카메라의 시선은 상념에 빠져든 소녀들의 눈길마냥 수시로 창틀과 책상 위의 무의미한 정경에 머물고, 화면 분할 기법은 떠들썩한 교실 한구석의 고요한 아이들이나 주인공들의 눈마주침을 잔잔하게 포착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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