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 윗치 프로젝트> 더하기 <악마의 키스>(The Hunger)라고나 할까. 쉽게 표현하자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월드판타스틱 시네마 부문에 초청된 마크 제임스와 필 오셰아의 <뱀파이어의 일기>는 페이크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한 뱀파이어 호러영화다. 런던 뱀파이어 추종자들의 생활을 촬영하던 감독 홀리는 흑발의 여인 비키와 사랑에 빠지는데, 알고보니 비키라는 여자는 진짜 뱀파이어인데다 뱀파이어 아이까지 배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농담이냐고? <뱀파이어의 일기>는 오히려 무시무시한 진담에 가깝다. 마크 제임스와 필 오셰아는 <블레어 윗치 프로젝트>처럼 거친 디지베타 화면과 P.O.V숏으로 영화를 찍어냈고, 덕분에 후반부의 몇몇 장면들은 으스스하게 관객의 뺨을 후려치는 데 성공한다. 두 감독은 페이크다큐멘터리 효과를 내기 위해 모두 3대의 카메라를 사용했다고 말한다. “홀리의 카메라와 비키의 카메라, 그리고 욕실에 고정된 비디오 다이어리를 편집했다. 그렇게 나누어서 찍은 장면들을 편집하는 게 가장 고된 일이었다”. 6주 촬영에 편집은 1년 반이 걸렸다니 고생은 짐작할 만하다.
런던 게이 레즈비언 영화제 등 몇몇 영화제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두 사람은 현재 후속편을 제작 중으로, 비키가 그대로 등장하지만 더 많은 예산을 들인 좀더 전통적인 내러티브의 호러영화가 될 예정이다. “P.O.V숏은 나오지 않는다. 스케일이 더 크고, 액션과 로케이션도 다양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각자의 프로젝트 또한 염두에 두고 있다. 오셰아는 <링>과 비슷한 호러영화를 하나 기획 중이고, 제임스는 <더 에스코트>라는 제목의 음산한 스릴러영화를 기획 중이니 말이다. 뱀파이어 장르를 새롭게 해석하는 두 사람의 시선이 어째 아시아영화에 닿아 있는 듯하다고 묻자 고백이 시작됐다. “영국 호러영화들은 리얼리티에 천착하는 편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시아 호러영화의 감성을 전혀 다른 세계로 가져오고 싶었다. 사실 주인공 비키도 약간 일본 호러영화 주인공처럼 생기지 않았나?” 그러고보니 비키 역의 안나 월튼은 기예르모 델 토로의 <헬보이2>로 첫 메이저 입성에 성공했다고 한다. 눈여겨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