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 천재소년의 자아실현기로 오해하진 말자. <소년 감독>은 아이를 주인공으로 하면서도 동심의 세계를 전시하는 대신 대부분의 영화감독들이 겪어야 했을 숙명적인 고통을 담아낸다. 어느 날 카메라를 갖게 된 산골소년 상구는 영화를 찍기 위해 친구를 꾀어 서울로 갈 차비를 마련하고 동생처럼 아끼던 개를 팔아가면서 서울생활을 버텨가지만, 결국에는 모든 것을 잃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마지막 장면에서 클로즈업되는 상구의 아련한 눈빛이 영화의 핵심”이라는 이우열 감독의 말처럼 <소년 감독>은 꿈과 희망이 가득한 가족영화라기보다는 현실의 냉정함을 남보다 일찍 깨닫는 아이의 이야기일 것이다. 실제 경험담을 다룬 것은 아니지만 이우열 감독의 영화를 향한 짝사랑도 상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학졸업 뒤 “자리에 앉아 상상할 시간이 많은” 상공회의소에 취직한 그는 지난 2003년, 불현듯 사표를 내고 카메라를 잡았다. “상구처럼 나도 카메라를 처음 사고는 말도 안 되고, 완성할 수 없는 영화들을 찍고 다녔다. (웃음)” 지난 2003년, 울산 현대자동차 직원들의 억울한 사연을 담은 다큐멘터리 <1984, 우리는 합창한다>를 완성한 그는 이후 악덕업주에게 복수하려는 이주노동자들의 슬픈 소동을 그린 단편 <복수의 길>을 거쳐 <소년 감독>에 이르기까지 중심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상처를 다루려고 애썼다. “다큐멘터리는 작고 힘없는 자들의 장르다. 시스템이 필요하지도 않고 혼자 찍을 수 있지 않나. 상구가 찍는 영상들 역시 그런 점에 보면 다큐멘터리에 가까울 것이다.” 이제 막 첫 장편극영화를 완성한 그의 다음 작품 역시 “회사생활 동안 모든 자료조사를 끝낸”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될 예정. 비통한 과거를 사실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마을 주민들이 모여 서로 웃고 떠드는 일종의 잔치” 같은 영화로 탄생시킬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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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감독>의 이우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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