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항상 변화하는 한국영화는 DNA 같다”
2007-07-14
<한국영화의 성난 얼굴>의 이브 몽마외 감독과 박찬욱, 류승완, 민규동 감독의 메가토크 현장

7월13일 오후 3시50분, 다큐멘터리 <한국영화의 성난 얼굴>의 메가토크가 프리머스 부천 1관에서 열렸다. ‘한국영화를 보는 법’이란 주제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이브 몽마외 감독을 포함해 박찬욱, 류승완, 민규동 감독이 참여했다. “한국영화감독들이 인터뷰 도사가 다 됐다”는 진행자 김영진 영화평론가의 말처럼, 세명의 감독들은 재치있는 답변으로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드는 등 능숙하게 대담을 이끌어나갔다. 이브 몽마외 감독은 한국에서 8일 만에 작품을 완성했다는 충격적인(!) 후일담을 밝힌 뒤 외부인의 시각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영화의 현실을 짚어주었다.

김영진 애초에 이 영화를 만들게 된 동기가 무엇이며, 어떻게 완성했는가.

이브 몽마외 전세계적으로 한국의 장르영화는 그 어느 곳보다 빠르고 다이내믹하게 발전하고 있다. 바로 그것이 영화의 제작 동기다. 부산영화제에 한국의 내로라하는 감독들이 모두 모인다는 걸 알고 있었고, 영화의 예산이 너무 적어 재빨리 찍어야 했기 때문에 부산은 다큐멘터리를 만들기에 정말 좋은 기회였다. 한국에서의 촬영은 정말로 수월했다. 독일, 일본, 프랑스 같은 곳은 감독 인터뷰 잡는 데만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한국감독들은 내 편의를 잘 봐주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쉽게 끝날 수 있었다.

김영진 이 다큐멘터리는 ‘우린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분위긴데, 그로부터 2년 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나. 현재 한국영화는 불안과 고뇌의 시기를 맞고 있는데 이에 대한 느낌은 어떤지 같이 얘기를 해보자. <괴물>의 마지막 신은 정말로 예언적이지 않나. (웃음)

민규동 2년 동안 나는 몸과 마음을 다 혹사시켜 영화를 준비했는데 그게 제대로 됐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지금 어려운 형편에 놓여 있는 것 같다. 너무 비장한가? (웃음)

이브 몽마외 개인적으로는 이런 상황을 전혀 예견하지 못했다. 한국영화가 쿼터제라든지 여러 문제점에 봉착하게 될 줄도 몰랐고. 하지만 한국영화가 끊임없이 변해간다는 모습은 전에도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난 한국영화를 DNA에 비유하고 싶다. 항상 변하고 어디로 갈지 모르니까. 다음번에 다시 한국에 오면 누가 알겠나, 다시 멋진 소식이 들려올지. (박수)

박찬욱 <가족의 탄생> <밀양> 같은 좋은 영화들이 많이 나오고 있으니 걱정은 안 되는데 투자자들이 많이 빠져나가는 것이 위기다. 감독들은 건재하다. 참, 봉준호 감독도 여기 와야 되는 사람인데 옴니버스영화 찍으러 도쿄에 가 있다. 오지 못해 미안하다고 전해달라 했다.

류승완 참고로 김지운 감독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촬영 때문에 중국으로 떠나서 못 왔다.

김영진 영화에서 김지운 감독이 여러분을 프랜시스 코폴라, 마틴 스코시즈, 브라이언 드 팔마와 비교했는데, 여러분이 기존의 스튜디오 시스템을 바꾸고 있다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박찬욱 너무 창피하다. (웃음) 물론 그 사람들처럼 영화를 잘 만든다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만큼 서로 친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실제로 취향이나 인식이 비슷하고. 서로 조언도 하고 있다. 최근 내가 쓴 영화 <박쥐>의 트리트먼트를 늘 하던 대로 김지운, 류승완, 봉준호, 최동훈에게 보여줬다. 전부 다 하지 말라고 하더라. (웃음) 그래서 그 스토리는 버리고, 새로 쓰고 있다. 스튜디오 시스템에 변화를 가져온다는 의식으로 어쨌든 나도 직접 프로덕션을 운영하고 있고, 김지운, 류승완 감독도 그렇다. 봉준호 감독은 사실상 자기가 프로듀서 역할을 하는 사람이니까. 대개 그렇게 일하고 있다는 점이 산업적 변화를 만들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브 몽마외 90년대 홍콩영화가 상당한 위기를 맞았다. 그때 수많은 거대 스튜디오들이 문을 닫았는데, 지금은 작은 스튜디오를 바탕으로 젊은 세대 감독들이 하나둘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 한국도 훌륭한 감독들이 많이 있으니 큰 스튜디오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작은 스튜디오를 발판으로 도약의 기회를 얼마든지 맞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류승완 얼마 전 김기영 감독의 <충녀>를 프린트로 보고 정말 놀랐다. 만약 우리 세대가 선배 세대와 단절되지 않은 상태로 왔다면, 지금처럼 개인적인 취향을 드러내는 장르영화가 만들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한국영화는 어떤 공통 기류가 흐르는 것 같으면서도 개인적인 얘기를 한다. 그러니까 감독들이 다 비슷한 것 같지만 다른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거다.

장영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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