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스튜디오> Reverb
이탄 아루시/ 영국/ 2007년/ 88분/ 월드판타스틱 시네마
뮤지션들의 새 앨범 홍보시에 항상 터져나오는 ‘녹음실 괴담’이 한국에만 있는 건 아닌 모양이다. 촉망받는 독립호러영화 감독 이탄 아루시의 신작 <공포의 스튜디오>는 녹음실 괴담에 대한 영국식 해석이다. 록 뮤지션으로 성공을 거두고 싶어하는 알렉스와 여성 보컬 매디는 메이저 음반사의 녹음실에 몰래 숨어들어 새로운 곡을 녹음하려 한다. 하지만 어두운 녹음실에는 무언가가 있다. 밤을 새며 작업에 열중하던 두 사람은 샘플로 뜬 노래에 “도와줘요!”라고 외치는 기괴한 목소리와 굉음이 녹음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매디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성공의 기회를 놓칠 수 없는 알렉스는 또다시 녹음실로 향하고, 샘플에 녹음된 목소리가 자살한 천재 음악가 그리핀과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매디는 알렉스를 구하기 위해 녹음실로 달려간다. <공포의 스튜디오>의 전반부는 생각 이상으로 무시무시하다. 이탄 아루시 감독은 수많은 녹음실과 복도와 지하실이 있는 거대한 규모의 스튜디오를 배경으로 순전히 음향효과와 어둠만을 이용해 관객의 심장을 쥐락펴락하는 데 성공한다. 전모가 밝혀지는 후반부에서 시각적인 잔재주를 부리면서는 관습적인 함정에 빠져들긴 하지만 <공포의 스튜디오>의 전반부는 일종의 ‘사운드 공포영화’로서 썩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