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쉽> Black Sheep
조너선 킹/ 뉴질랜드/ 2006년/ 87분/ 월드판타스틱 시네마
아마도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에 사는 인간들만이 양을 소재로 공포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게다. 한국 대성그룹이 영화 투자에 참여한 <블랙 쉽>은 유전공학으로 인해 괴물로 변한 양떼들이 풀 대신 평원의 인간들을 열심히 뜯어먹는다는 이야기다. 양공포증을 앓고 있는 헨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농장을 형 앵거스에게 팔기위해 시골로 내려온다. 문제는 형 앵거스가 몇명의 미친 과학자들과 함께 양을 대상으로 한 유전공학 실험을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할리우드 영화에서 종종 등장하는) 쪼다 같은 극렬 환경운동가 커플이 가세해 돌연변이 양의 태아를 세상에 풀어놓고, 바야흐로 샌님 헨리의 양공포증은 진짜 악몽으로 변한다. 농장의 양들은 육식을 즐겨하는 괴물로 변해 사람들을 공격해서 내장부터 살코기까지 야금야금 뜯어먹고, 양들에게 물린 사람들 역시 거대한 반인반양의 몬스터로 돌변해 또다시 사람들을 공격한다. 이건 실없는 농담인가? 물론이다. 농담이 맞다. <블랙 쉽>은 결코 스스로의 이야기를 심각하게 간주하지 않는 장르팬의 영화다. 아마도 피터 잭슨의 초기작 <고무인간의 최후>와 <데드 얼라이브>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은 듯 한 젊은 감독 조너선 킹은 관객을 무섭게 만드는 법 결코 없이 키득거리는 어투로 양과 인간의 사투를 그려낸다. 사실 <블랙 쉽>이 지난 몇달간 부풀려질대로 부풀어진 하이프 만큼의 즐거움을 장르팬들에게 안겨줄지는 잘 모르겠다. 털복숭이 초식 포유류를 괴물로 만들었다는 웃기는 전략을 제외한다면 <블랙 쉽>은 저예산 악동영화의 간결한 스테레오타입에 가깝게 느껴진다. 다만 디지털 특수효과 시대에 가내수공업적 특수효과로 창조한 고어장면들만큼은 설익은 양갈비처럼 비리고 맛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