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The Code of a Duel
여명준/ 한국/ 2006년/ 84분/ 월드판타스틱 시네마
영화 속의 한국은 사적복수가 허용되는 사회다. 만 20살 이상의 성인이면 누구나 경관 1명과 공증인 1명이 있는 자리에서 원하는 사람과 결투를 벌일 수 있다. 주인공 영빈은 회사에서는 무능한 직원이지만, 결투의 세계에서는 백전백승의 숨은 고수다. 어느 날 친구 운광의 무술도장을 찾은 그는 그곳에서 자신의 어릴 적 모습과 닮은 본국을 만난다. 본국은 결투에서 죽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수련을 쌓는 고등학생. 어느 날 운광의 신분증을 훔쳐 결투를 신청한 본국은 결투장소에서 영빈을 만나게 된다.
<도시락>은 야만의 사회에서도 도리를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복수가 복수를 낳고, 그로 인해 친구가 적이 되지만 영화의 고수들은 그럼에도 칼의 섭리를 지키려 애쓴다. 죽음을 맞을지언정 후회하지 않고, 결투와 우정은 별개라는 쿨함도 있다. 연출과 연기, 무술감독을 맡은 여명준 감독은 과거 무협영화에 대한 애정을 곳곳에 드러낸다. 도시에 숨은 고수들의 삶과 아버지와 형제의 복수를 위해 무술을 갈고닦는 모습들이 은근한 유머와 함께 묘사된다. 무엇보다 <도시락>이 일궈낸 성취는 총 765만원이란 제작비로 담아낸 액션의 향연이다. 서울 시내의 어느 약수터에서, 혹은 도심의 건물옥상에서 벌어지는 이들의 결투는 ‘리얼한 개싸움’이 아닌 절묘한 합으로 그려낸 묘기에 가깝다. 와이어 액션의 허상에 지친 관객이라면 땀으로 흥건한 액션의 쾌감을 느낄 수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