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이건 웃자고 만든 영화, <검은양 대소동>
2007-07-15
글 : 김민경

<검은양 대소동> Black Sheep
올리버 라이스/ 독일/ 2006년/ 95분/ 월드판타스틱 시네마

베를린의 다섯 가지 한심한 군상의 이야기. 빈털터리 보리스는 고급호텔에서 섹시한 보그 모델 나디아와의 하룻밤에 성공하지만 거짓말이 탄로나면서 버림받는다. 가난이 원망스런 보리스의 선택은 자해공갈 보험사기극. 한편 베를린 시내 유람선의 관광안내원 샬롯은 부유한 남자를 만나 팔자를 고친 오만한 동창을 만난다. 콧대가 하늘을 찌르는 이들 부부 앞에 자존심을 지키려는 살롯의 애달픈 몸부림은 그녀의 알코올중독 동거남이 나타나면서 박살난다. 백수건달 브레슬린과 줄리안은 일하지 않고 돈을 벌려 갖은 궁리를 하고, 고스족 패션을 한 사탄숭배자 2인조는 베를린 시내를 휘젓고 다니며 자기들만의 제전을 준비한다. 터키인 이주민인 세 청년은 이야기에서 가장 한심한 청춘들. 머릿속에 든 거라곤 가장 원초적인 형태의 욕구 분출밖에 없는 이들은 발정난 강아지마냥 거리를 헤매지만 늘 실패한다. 거의 교차하지 않는 다섯 이야기는 자위 소동, 실패한 섹스, 의도치 않은 (남성간) 애널섹스, 엉뚱한 사탄숭배의식으로 범벅된 베를린 시내 곳곳을 스케치한다. <검은양 대소동>은 화장실 유머를 주종으로 독일의 지역감정과 동서 갈등, 빈부 격차를 슬쩍 내비치는 일종의 블랙코미디지만, 그렇다고 깊은 함의를 파고드는 기막한 풍자극은 아니다. 핵심은 그저 지저분하고 유치한, 정신없는 난리법석극을 즐기는 것. 이건 웃자고 만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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