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비보이의 행성을 탐사하다
2007-07-16
글 : 강병진
사진 : 조석환
<플래닛 비보이>의 벤슨 리 감독

비보이들이 점령한 지하철 역사의 맨질맨질한 바닥은 곧 그들만의 행성이다. 다큐멘터리 <플래닛 비보이>는 그들만의 행성을 이해하지는 못해도 한번쯤 눈여겨보자고 말하는 영화다. 인터넷을 통해 ‘배틀 오브 더 이어’란 비보이 월드컵이 열리는 것을 알게 된 벤슨 리 감독은 이미 20여 년 전에 사라진 줄 알았던 브레이크 댄스의 끈질긴 생존력에 놀랐고, 그들의 세계를 알리고자 카메라를 잡았다. 하지만 <플래닛 비보이>가 단지 비보이들의 묘기에 가까운 춤사위만을 담는 영화인 건 아니다. 비보이들이 겪는 가족과 사회와의 갈등에도 주목한 벤슨 리 감독은 “비보이는 단지 거리의 춤꾼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가족”이라고 말한다. “비보이들의 문화를 잘 모르던 사람들이 그들은 자신의 아들, 친구 혹은 조카들처럼 느끼게 된 게 나에게는 가장 큰 기쁨이다.”

<플래닛 비보이>는 벤슨 리 감독에게 하나의 학교나 다름없는 작품이었다. 1998년 극영화 <미스먼데이>로 선댄스 영화제에 진출했던 그는 다큐멘터리를 경험하면서 영화에 대해 더 많은 것을 깨달았다.“극영화는 모든 것을 미리 계획한 후에 만들지만, 다큐멘터리는 카메라를 든 순간부터 소재를 찾아 발굴해야 한다. <플래닛 비보이>도 전 세계 여러 나라를 돌며 새로운 고민과 기쁨들을 얻었고, 덕분에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많은 것들을 얻었다.” 그러나 학교수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힘든 커리큘럼이 아니었을까. 매달 조금씩 돈을 모아 전 세계를 돌며 촬영했고, 그렇게 얻은 350시간 분량의 영상을 다시 편집하는 것은 물론, 각 나라들의 언어를 일일이 번역해야 했으니 말이다. “요즘도 매달 돈을 모으고 있다. <플래닛 비보이>로 얻은 성취감은 매우 크지만, 사실 이제는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지 않다.(웃음)” 정말 그런 이유만은 아니겠지만, 이 비보이를 사랑한 영화감독의 다음 작품은 <플래닛 비보이>의 극영화 버전이다. 다큐멘터리에 미처 담지 못한 비보이 행성의 또 다른 모습을 그려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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