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실, 혹은 편집실에 홀로 들어가 본 적이 있나. 이탄 아루시의 말에 따르자면 그곳은 “지구로부터 격리되어 길을 잃은 듯한 우주”다. 록 뮤지션으로 성공을 원하는 알렉스와 매디는 음반사의 녹음실에 몰래 숨어들어 신곡을 만들려 한다. 하지만 보컬인 매디는 밤새 녹음한 곡에서 “도와줘!”라는 괴음을 듣는다. 녹음실에 무언가 이상한 존재가 깃들었다는 것을 직감한 매디는 작업을 강행하려는 알렉스를 만류하지만, 자살한 천재 록 뮤지션 그리핀의 영혼은 이미 알렉스에게 씌워버린지 오래다. 젊은 영국감독 이탄 아루시는 “닉 드레이크처럼, 사라져버렸다가 재발견된 음악가들과 묻혀버린 레코드들”부터 영감을 얻어 시나리오를 써내려갔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영화의 총체적인 완성은 공들인 후반작업에서 마침내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다. “비주얼과 사운드를 위한 공간을 가진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고, 거기서 나오는 긴장과 적막함을 가지고 놀고 싶었다”고 말하는 아루시는 사운드 후반작업에 대단한 공을 들였다고 말한다. 실지로 음향감독이 세 달을 바쳐서 설계한 사운드 디자인은 아무런 존재도 등장하지 않는 영화의 전반부를 오직 어두운 녹음실의 복도와 음향 효과만으로 끌고 가는데 멋지게 성공한다. 지난 몇년간 몇몇 한국 공포영화들이 광고 문구로 내밀었던 ‘사운드 공포영화’란 표현이 <공포의 스튜디오>만큼 깔끔하게 어울리는 영화도 드물 것이다.
다리오 아르젠토와 로만 폴란스키의 작품을 위시한 6~70년대 호러영화를 예술적 스승이라 고하는 이탄 아루시에게 부천영화제는 꽤나 의미심장한 장소다. 입바른 소리는 결코 아닌 모양이다. “부천은 <공포의 스튜디오>가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공개되는 도시며, 평소 좋아하던 한국 장르영화의 배경을 직접 겪어볼 수 있는 도시다.” 현재 영국 개봉과 해외 배급을 준비중이라는 아루시는 “부천영화제에서 <공포의 스튜디오>에 관심있는 아시아 배급업자들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 어떤 배급사의 문의도 환영한다”고 슬쩍 귀띔했다. 물론 그 배급업자들은 귀의 신경 세포를 공격하는 스튜디오의 공포를 끝까지 참아낸 사람들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