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콜롬비아산 사다코 <에스펙트로>
2007-07-16
글 : 강병진

<에스펙트로> Espectro
후안 펠리페 오로초/ 콜롬비아/ 2006년/ 92분/ 월드판타스틱 시네마
혼자 있고 싶은 당신, 아파트를 떠나라. <에스펙트로>는 느닷없이 초인종을 눌러대는 이웃을 공포의 주체로 설정한 영화다. 다큐멘터리 촬영 도중 화재로 애인을 잃은 베가는 대인기피증에 시달린다. 마음의 안정을 찾고자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한 그녀는 커튼을 닫는 것은 물론이고 집안의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해 완벽한 혼자의 공간을 만든다. 하지만 이웃들은 아무렇지 않게 초인종을 누르며 그녀와의 대화를 시도하고, 베가는 그런 이웃들의 참견을 공포로 받아들인다. 그러던 어느 날, 베가는 자신의 집안에서 또 다른 사람의 기척을 느낀다.

사실 <에스펙트로>에는 관객이 익히 봤을 여러 공포영화의 모습들이 등장한다. 감시카메라가 전송하는 흐릿한 화면의 공포는 <링>에서 본 듯하고 우연히 만난 이웃과 새로 이사한 집이 공포의 주체가 된다는 점에서 <위험한 독신녀>가 떠오르기도 한다. 온몸이 물에 젖은 채 머리를 산발한 여자귀신은 또 어떤가. 하지만 <에스펙트로>가 묘사하는 본질적인 공포는 그러한 익숙한 관습이 아닌 이웃의 얼굴이다. 영화는 현관문에 뚫린 조그만 구멍으로 바라보는 시점숏으로 아파트의 고요한 복도와 이웃의 얼굴에 새로운 표정을 덧입힌다. 일본의 사다코가 콜롬비아산 공포영화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변형됐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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