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슈퍼 울트라한 가능성을 봐주세요
2007-07-19
글 : 박혜명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의 동해, 기범, 려욱

어떤 기사를 써야 할지 난감한 상대라는 건 이런 경우다. 일부에게는 이미 모든 게 알려져 있지만 또 다른 일부에게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는 상대. 그룹 ‘슈퍼주니어’의 세 사람 동해, 기범, 려욱도 그런 경우다. 2005년 10월에 데뷔한 슈퍼주니어에 관해 팬들은 다 알고 있을 이야기들을 묻느라 인터뷰 시간의 절반이 흘러갔다. 그러잖아도 김려욱은 “데뷔 초에 하는 인터뷰 같아요”라며 웃었고 이동해가 맞장구를 쳐왔다. 포스터 이미지가 인쇄된 영화 보도자료를 내밀며 “이 조그만 게 저예요. 그리고 이건 동해 형, 이건 기범이” 하고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가리키는 김려욱(20)은 상냥하고 섬세하다는 것, “이제 인터뷰 끝난 건가요? (아주 우렁차게)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벌떡 일어서는 이동해(21)는 남자답다는 것, 스튜디오 벽 한면을 채운 배우 사진들 중에 최민식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며 “너무 멋있지 않아요?”라고 낮게 되묻는 김기범(20)은 진지하고 자기 주관이 무척 분명하겠다는 것 등을 한 시간 남짓 대화하다가 알게 됐다.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이라는 이상한 오해를 받기 십상인 제목의 영화를 다 함께 찍은 슈퍼주니어 멤버들 13명 가운데 왜 하필 이들 셋만 고른 것이냐고 되묻는다면, 이들 셋과의 만남도 충분히 즐겁고 의미있었다고 대답하겠다.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은 서울시내 고등학교 꽃미남들이 (학교 이름 순으로) 똥 테러를 당한다는 미스터리물 형태의 코미디영화다. 멤버들은 모두 자신의 슈퍼주니어 활동명을 썼고 이동해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 각자의 취미, 좋아하는 것들을 감독님과 얘기하면서 본래 성격대로 캐릭터를 만들어간” 경험이기도 했다. 김기범은 이 영화가 요즘 학생들의 공감대도 부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제가 이 영화에서 제일 좋아하는 대사가 있거든요. ‘우린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 어른들은 그걸 가능성이라고 말하고 우리는 그것을 불안이라고 말한다.’”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느냐 되물으니 김기범이 대답한다. “완전히 자릴 잡은 게 아니라 시작이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정말 불안할 때도 있지만,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거겠죠.” 젊다 못해 어리다고 말해도 좋을 이들 세 사람은, 매일 밀려드는 스케줄에 지친 모습도 있었지만 활기있고 또 싱싱했다. 열세명 중 누구를 만났더라도 이 기운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그룹 전체가 모이면 그 광경이 어떠할지, 상상만으로도 뜨겁다.

헝그리 정신 충만한 따뜻한 아이, 이동해

1986년 전라남도 목포 출생. “당연히 아이돌 가수가 되고 싶었고 그 꿈을 이루기에 이만한 데가 없어” SM엔터테인먼트 오디션을 치렀다. 들어온 뒤로 자신이 짐작했던 것보다도 더 많은 기회를 얻은 것 같다고 한다. 중2 때 상경해서 부모님과 떨어져 산 시간이 길었다. 캐나다에서 자란 김기범이 열여섯살 때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그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것도 그 같은 맥락 때문이라고 그가 말한다. “혼자 있으면 사람이 생각이 많아지고 우울증도 생기고. 안 좋아요. 저는 혼자서는 밥도 안 먹어요. 어제도 밥 먹었다는 매니저 형 옆에 두고 저 혼자 순대국 시켜먹었어요.” <꽃미남…>의 PD가 귀띔해준 이야기를 참고하면 이동해는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청년이기도 하다. 내가 잘할 수 있는지 없는지, 최선을 다해봐야 내릴 수 있는 결정을 위해 그 ‘끝’까지 가는 스타일이라는 것. <꽃미남…>에서 늘파란고등학교의 꽃미남 클럽 울트라주니어의 넘버2 ‘동해’ 역을 맡았다. 사진을 찍는 게 취미이며 ‘기범’과 함께 연쇄테러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인물이다.

동해의 미래

제가 아무리 뛰어나도 슈퍼주니어라는 팀이 아니면 활동할 생각이 없어요. 팀워크가 좋고 모두가 함께하는 것이 좋아요. 혼자 하는 건 제가 좋아하는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연기도 염두에 두고 있고 알 수 없는 길이지만 지금 생각은 그래요.

“마음이 여려요. 밥 같은 것도 잘 못 챙겨먹고, 그래서 옆에서 더 챙겨주고 싶은 사람이고요. 근데 또 되게 꽃미남이잖아요. 멋있어요.” (려욱)

“제가 첨에 한국 왔을 때 제일 먼저 저를 안아준 사람이에요. 그렇게 반겨준 게 동해 형이고, 부모님한테 제가 받지 못한 사랑을 채워준 사람이죠. 친형 같은 존재예요.” (기범)

독하게 연습하는 진지 소년, 김기범

1987년생. 고아라와 공연한 <반올림>으로 슈퍼주니어 내에서 일반인들에게 가장 널리 얼굴이 알려진 멤버 중 하나다. 모 드라마의 특별편 촬영으로 밤샘을 하고 왔다는 그는 “36시간째 눈을 뜨고 있는 상태”라 몹시 피곤한 기운을 숨기지 못했다. 길거리 캐스팅으로 SM에 들어왔고, 처음에는 캐나다와 한국을 오가며 연습생 시절을 보내다가 후에 이곳에 정착했다. “사람은 어릴 땐 무조건 부모님 사랑이 필요해요. 꼭 필요해요.” 아무것도 몰랐던 시절에 드라마 <4월의 키스>에서 이정진 아역으로 출연하면서 “연기의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꽃미남…>에서 연쇄테러사건의 패턴을 짚어내고 테러범을 추적하는 ‘기범’ 역을 맡았다. 내레이션을 맡았고 극중에서 가장 진지한 역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이 다 코믹해서 코미디로 시작해 코미디로 끝나면 그건 코미디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드라마적인 부분을 잡아주는 역할이에요.”

기범의 미래

현실 감안을 너무 못하고 먼 미래만 보고 있는 게 문제가 아닐까 싶기도 한데, 저는 정말 멀리 바라보고 있거든요. 그 그림이 확실하고, 그래서 급하게 달려가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천천히 여유롭게 가고 싶어요. 인정받는 배우도 되고 싶지만 그보다도 노력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습밖에 안 해요. 우리도 다 하지만 사람이 느슨해질 때가 있는데, 사무실 1층에 카메라 갖다놓고 365일 연습하는 애는 기범이밖에 없어요. 저렇게 해야 하는 거구나, 생각하죠.” (동해)

“노력형이라고 해야 되나. 정말 연습을 많이 해요. 드라마 <눈꽃> 할 때 볼펜 물고 대사 연습하는 걸 봤어요. 그 뒤로 저도 드라마를 챙겨봤던 것 같아요.” (려욱)

꿈도 많고, 말도 많고, 정도 많아요, 김려욱

1987년생. 중학생 시절부터 가요에 관심이 많아서 실용음악을 최종 목표로 두고 클래식 피아노를 3년간 공부했다. 덕원예고 작곡과 졸업. 모 라디오 방송에서 컴퓨터게임 <수퍼마리오>의 메인테마를 훌륭하게 연주하기도 했는데 “그건 피아노과 애들은 기본으로 하는 거”라며 수줍어한다. 그는 노래에 특기가 있어, 슈퍼주니어의 또 다른 멤버 조규현, 김종운과 함께 K.R.Y.라는 스핀오프격 트리오로 드라마 <하이에나> O.S.T에 참여하기도 했다. SM이 주관하는 친친가요제를 통해 선발됐다. <꽃미남…>에서는 늘파란고 학생회장 시원의 옆에 붙어 다니는 엉뚱한 부회장 ‘려욱’ 캐릭터를 맡았다. 예고편에서 8:2 가르마를 하고 그가 보여주는 뻔뻔한 연기력이 보통이 아니다. “제목이 <꽃미남…>이라고 그래서 저도 꽃미남으로 나오는구나 싶었는데, 감독님이 제 역할의 이미지라고 하면서 사진을 보여주시는데 전혀 꽃미남이 아닌 거예요. 촬영할 땐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는데 나중에 보니까 웃기더라고요. 촬영감독님께 감사드려요.” 조근조근한 수다쟁이인 김려욱은 자찬을 해도 밉지가 않다.

려욱의 미래

연기, 뮤지컬, 싱어송라이터… 꿈이 많아요. 어떤 거라고 정해서 말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슈퍼주니어는 가수그룹이 아니라 엔터테이너 그룹이에요. MC, DJ, 노래, 춤, 연기 등 멤버들마다 장기가 따로 있어요. 그 안에서 저도 모자라지 않게 멋있게 변하고 싶어요.

“밥을 되게 잘해요. 아침에 남들보다 먼저 일어나서 자기 밥도 꼭 챙겨먹고, 멤버들도 밥 먹으라고 다 챙겨주고, 과일 깎아주고, 청소하고…. (웃음)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동생이에요.” (동해)

“친구죠. 오래 두고 가깝게 지내고 싶은 친구. 제가 친구란 말을 되게 아끼는데, 5년간 한국에 있으면서 그 말을 쓰는 사람이 딱 4명 있거든요. 그중에 려욱이가 포함돼요.” (기범)

스타일리스트 전희경, 헤어 강호선오, 의상협찬 앤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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