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강박관념과 엄숙주의는 사절!
2007-07-17
글 : 김민경
사진 : 조석환
<검은양 대소동>의 올리버 라이스 감독

“마약과 섹스와 실업에 대한 블랙코미디”, <검은양 대소동>은 베를린 시내를 하릴없이 누비는 한심한 청춘들의 소동극이다. 이 영화에서 ‘검은양’(왕따, 아웃사이더라는 뜻)이 지칭하는 것는 섹스 생각 밖엔 없는 터키 청소년, 게이, 사탄숭배자, 백수건달들이다. 베를린 사회의 아웃사이더들을 화장실 유머로 조롱하는 이 영화의 연출자는 취리히에서 나고 자란 올리버 라이스 감독이다. “베를린은 정말 멋진 곳이다. 하위문화의 라스베가스라고 할까.” 라이스 감독은 24시간 레이브 파티가 열리는 광란의 도시 베를린에 푹 빠져있다. “다양한 또라이들의 도시다. 온동 자본주의적 합리성에 지배당한 스위스에 비해면 천국같다.” 그에게 베를린은 활기차고 시적인, 불균질한 에너지가 역동하는 곳이다. “게다가 다른 대도시에 비하면 여전히 물가가 싸다. 젊은이들이 자신의 삶을 실험하는 장소로 딱이다.” 이곳을 사는 무일푼 청춘들의 대책없는 일상이 그의 창작 의욕을 자극했다. 주인공들이 사회적 약자지만, ‘정치적으로 올바른’ 시선을 가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싫어서 검열을 받지 않는 독립영화를 택했다. 독일의 인기 배우들이 이 저예산영화에 자발적으로 출연한 비결도, 엄숙주의로부터 숨통을 트고 싶은 열망 때문이었다고. 라이스 감독은 현재 베를린에 7년째 머물고 있지만, 그 전에는 2년동안 바르셀로나에서 살았다. 그가 첫번째 장편영화를 찍은 곳도 그곳이다. 그는 여행하듯이 영화를 만든다. 여행자들이 낯선 도시의 인상을 여행기에 기록하듯이, 그는 영화로 그것을 기록한다. 차기작도 인도에서 찍을 예정이다. “낯선 도시에 캐릭터를 던져놓고 그 삶을 관찰하는 게 좋다. 영화를 만드는 것은 우리가 인생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일이 아닐까. 마치 삶을 창조해내는, 대단한 기분이 든다.” 단, 삶과 리얼리즘을 진지하게 탐구하려고만 하는 예술영화 스타일은 사절이다. “예술영화도 좋지만, 유럽엔 영화가 가벼운 오락, 상품이라는 인식이 좀 필요하다. <검은양 대소동>이 유럽영화에 새로운 도전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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