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사랑을 찾아가는 한편의 동화 <물고기공주>
2007-07-18
글 : 김민경

<물고기공주> Year of the Fish
데이비드 카플란/ 미국/ 2007년/ 96분/ 애니모어
서글픈 작은 소녀가 사랑을 찾아가는 한편의 동화. 아버지의 병원비를 벌러 미국에 불법 노동이민을 온 중국 소녀 예 시안은 자신이 인신매매단에 속아 안마시술소에 팔려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손님 받기를 거부한 시안은 여사장과 마사지숍 언니들의 구박 속에 허드렛일로 빚을 갚는 신세가 된다. 그녀에게 위안이라곤 기이한 점술가에게서 받은 한 마리의 물고기, 그리고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아코디언 연주자 자니뿐. 스쳐간 자니와의 인연을 마음에 품고 하루하루 버텨보지만 사장 남동생의 음험한 시선은 갈수록 견디기 어려워지고, 시안을 괴롭히는 사장과 마사지걸들은 그녀의 소중한 물고기에게 손을 뻗친다. 상처입은 시안은 물고기를 준 점술가를 찾아 차이나타운을 헤매고, 도시가 중국 설날로 들썩이기 시작한 음력 새해 첫날, 점술가는 그녀를 위한 마지막 마법을 부려준다.

<물고기공주>는 독특한 기법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저예산 독립애니메이션이다. 부천영화제가 올해 처음으로 마련한 ‘애니판타’ 섹션의 여러 작품 중에서도 색다른 애니메이션 묘사로 눈길을 끈다. 데이비드 카플란 감독은 실제 뉴욕의 차이나타운을 저가의 비디오 캠코더로 촬영한 뒤 디지털 페인팅 작업을 통해 <물고기공주>를 완성했다. 제작과정이 단조롭게 들리지만 그 결과물은 결코 허술하지 않다. 섬세한 디지털 작업으로 수시로 화면의 톤을 달리한 <물고기공주>는 때로는 움직이는 인상주의 회화 같고 때로는 한폭의 수묵담채화 같아 화면 감상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특히 뉴욕 한복판의 거대한 이국인 차이나타운의 풍경을 담은 오프닝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중국 전래동화를 기초로 한 이야기 구조엔 새로울 것이 없지만, 어린 소녀의 냉담한 현실을 예쁘게 여과한 꿈결같은 그림체가 소박한 스토리라인을 보상해준다.

관련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