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닛 비보이> Planet B-Boy
벤슨 리/ 미국/ 2006년/ 96분/월드판타스틱 시네마
지하철 역사의 만질만질한 바닥에서 춤추며 뒹구는 아이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는가. 밥먹고 할 일 없이 왜 춤만 추는지 궁금했던 이라면 다큐멘터리 <플래닛 비보이>를 추천한다. 재미동포 감독인 벤슨 리는 비보이 월드컵으로 불리는 독일의 ‘배틀 오브 더 이어’ 결승에 참가한 일본, 프랑스, 미국, 한국 비보이팀과 대화를 시도한다. 춤의 색깔이 저마다 다르듯 그들이 춤을 사랑하는 이유도 제각각이다. 그들에게 비보이는 하나의 문화이면서 예술이거나 자유를 향한 행동이자 살아 있다는 즐거움이다. 또한 <플래닛 비보이>는 이들이 춤으로 살아가는 이유에 그치지 않고, 남들은 그저 생각없이 춤만 좋아하는 아이들로 바라보는 그들 나름대로의 고민과 갈등을 풀어놓는다. 나라별 비보이들과 그들의 가족들은 감독의 카메라 앞에서 자신들의 처지와 꿈, 목표를 털어놓는다. 한국의 비보이들은 군대 생활 동안 굳어버릴 자신의 몸을 걱정하고, 그들의 아버지는 아들이 그저 번듯한 직장에서 안정된 삶을 꾸리기를 바란다. 하지만 절대로 메워지지 않을 것처럼 보인 그들의 갈등또한 아들의 춤에 대한 열정이 화해로 인도한다. 그렇다고 해서 <플래닛 비보이>가 점잔만 빼는 영화인 건 아니다. 그들이 춤을 추는 공간이 곧 그들만의 행성이라고 말하는 <플래닛 비보이>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그들의 춤사위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영화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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