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비주류, 비타협의 정신으로
2007-07-18
글 : 김도훈
사진 : 조석환
<폴트리가이스트>의 로이드 카우프만 감독

몬트리올 판타지아영화제로부터 비행기로 무려 스무 시간. 그러나 피곤한 기색이라곤 없다. 스태미나가 원체 좋은 편이라 그런가. “영화제는 나의 영양공급원이라 그렇다. (웃음)” 올해 로이드 카우프만이 들고 온 영화는 따끈한 신작 <폴트리가이스트>다. 패스트푸드 치킨집에 악령이 깃들면서 닭들이 좀비로 변한다는, 딱 트로마 영화다. 메스껍게 신나고 신나게 메스껍다. 언제나 주류 정치와 문화를 공략상대로 삼던 카우프만은 <폴트리가이스트>를 통해 체인화된 패스트푸드점을 신명나게 공격한다. “맥도널드가 트로마 빌딩 옆으로 이사왔다. 아주 무례한 인간들인데다가, 그들이 들어온 이후로 건물 지하에 쥐떼가 끓기 시작했다. 그게 바로 <폴트리가이스트>를 만든 이유다.” 부천 마니아들은 맥도널드에 감사할 일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영화처럼 신명나기만 할 수는 없는 일. 카우프만에 따르면 비주류 영화의 성전으로 알려진 트로마 필름도 최근에는 조금 힘에 겨운 상태라고 한다. <폴트리가이스트>는 대규모 극장 체인에서 상영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트로마는 주류 미디어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 터라 케이블 방영권을 팔기도 수월치가 않다. 하지만 그는 비주류 비타협의 정신을 고수할 예정이라고 자신한다. “우리는 지금만큼 전세계적인 유명세를 가졌던 적도 없지만, 지금처럼 사정이 어려웠던 적도 없다. 하지만 나는 내 영화의 완벽한 통제권을 지킬 것이다.”

카우프만은 “한국은 주류 영화사가 비주류에 가까운 영화를 만드는 유일한 나라 중 하나”라고 상찬하더니 “<The Bloody Aria>라는 한국영화는 최고였다”고 덧붙였다. 도대체 그게 무슨 영화지? “교수가 여자를 꾀려다 시골의 이상한 인간들에게 당하는 영화다.” 원신연 감독의 <구타유발자들>이다. 이로써 카우프만은 올해 부천에서 박찬욱 이외의 한국 감독 이름을 처음으로 꺼내든 유일한 해외 게스트가 됐다. 딱 트로마 필름의 수장다운 선택 아닌가 몰라(사진에 카우프만과 함께 나온 녀석은 트로마 필름의 기념비적 영화 <톡식 어벤저>(1984)의 주인공 톡시다. 길거리에서 만나면 끈적끈적한 얼굴을 가볍게 토닥거려주시라. 절대로 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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