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어떤 화해도 묘사하지 않는 영화 <육체의 문>
2007-07-19
글 : 강병진

<육체의 문> The Door of the Body
이봉래/ 한국/ 1965년/ 106분/ 이봉래 회고전: 희로애락일기
“만약 여자의 육체에 문이 있다면 나는 그 문패에 불행의 문이라고 써놓을 테야.” 60년대 서울역에 도착한 시골소녀들의 삶은 기구했다. 일자리를 소개시켜주겠다는 꾐에 빠져 사창가로 팔리거나, 남의 집 식모살이를 하다가 겁탈을 당하거나, 공장에 취직했다가 결국 청계천 다락방에서 피를 토해야만 했다. 이봉래 감독의 1965년작 <육체의 문>은 과거 한국 멜로영화에서 드러난 이러한 전형성을 품고 있지만, 여타의 영화들과는 달리 암울한 사회에 대해 끝까지 냉소적인 시선을 견지하는 작품이다. 사창가 생활을 청산하고 증기탕 마사지사로 일하던 은숙은 새로운 삶을 꿈꾸며 증권회사 직원인 만석을 만난다. 그는 은숙에게 더 많은 돈을 요구하고 급기야 돈을 빼돌려 그녀의 이복동생과 바람을 피운다. 이봉래 감독은 <삼등과장> <월급쟁이> 등 주로 가족의 화합을 코믹한 터치로 그린 감독이다. 하지만 감독의 다른 작품들이 비관적인 사회를 가족의 화해를 웃음으로 강조하며 드러냈다면 <육체의 문>은 그 어떤 화해도 묘사하지 않는 영화다. 애숙은 남성중심의 사회가 원하는 여성이 되기 위해 행주치마를 두르고 부엌으로 들어가지만 가혹한 현실은 그녀를 다시 증기탕으로 밀어넣는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의 굴레를 묘사한 <육체의 문>은 이번 이봉래 감독의 회고전에서도 유독 도드라지는 작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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