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츠가네 난사사건>는 이란성 쌍둥이 형제인 코타루와 히카루를 중심으로 마츠가네란 마을의 심상치 않은 조짐을 관찰한다. 몸뚱이는 사라지고 머리통만 남은 시체가 발견되는가 하면 동네의 한 처녀는 아버지를 알 수 없는 아이를 임신하고, 마을에는 느닷없이 금괴를 둘러싼 소동이 일어난다. 잔인하고 어리석은 인물들의 기괴한 행동들이 불편하기 짝이 없지만, 그럼에도 그들을 미워하기란 쉽지 않다. <마츠가네 난사사건>이 <린다 린다 린다>를 연출한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이 낳은 이란성 쌍둥이라면 이해가 될까. 전작에서 무기력한 소녀들의 단잠을 포근히 감싸안았던 그는 이 영화에서 무기력한 마을의 억눌린 욕망을 느긋하게 쥐어짠다. 하지만 감독 자신에게 특별한 변화는 없던 모양이다. 그는 자신의 영화만큼이나 느릿한 말투로 이야기했다. “그저 <린다 린다 린다>와는 전혀 다른 영화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 물론, 나 역시 영화 속 인물들처럼 모든 고민을 눌러담고 살기는 하지만…. (웃음)”
-<마츠가네 난사사건>은 실화에 기초한 영화라고 들었다. 어떤 실화인지 소개해 달라.
=영화의 첫 부분에 죽은 줄 알았던 여자가 다시 살아나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것만 뉴스로 공개됐던 실화다. 프로듀서와는 얼굴이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가 한 여자를 놓고 갈등하는 이야기를 하려 했지만, 영화를 찍던 도중 그 뉴스를 떠올렸다. 그외의 이야기는 모두 거짓이다.
-그 장면은 코믹하면서도 불쾌하다. 얼음 바닥 위에서 쓰러진 여자를 발견한 꼬마가 그녀를 성추행하는 게 기괴해 보이기까지 하더라.
=영화의 오프닝을 강렬하게 만들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이 마츠가네란 마을이 어린애들도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이상한 마을이라는 점을 보여주고도 싶었고.
-영화에는 형제와의 갈등이나 아들이 아버지에게 가진 애증이 중요한 포인트로 등장한다. 감독 자신이 속한 가족은 어떤 풍경일지 궁금하다.
=가족의 개념이 변했다는 건 어느 나라에나 있는 문제다. 우리 가족에게도 여러 문제는 있지만 영화 속의 모습만큼은 아니다. (웃음) 하지만 이 영화가 나에게 가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주긴 했다. 나에게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형이 있지만 18살 때부터 독립했기 때문에 가족이랑 상당히 멀어진 면이 있다. 이 영화랑 정말 비슷한 것 같기도 하네. (웃음) 아무튼 어렸을 땐 같이 모여 있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가족을 각각의 개인으로 보게 됐다. 영화 속 인물들도 가족을 하나의 단위가 아니라 개개인으로 보는데, 그 점이 나랑 닮지 않았나 싶다.
-<린다 린다 린다>와 마찬가지로 <마츠가네 난사사건> 역시 무기력한 공간과 인물들이 주인공이다.
=글쎄, 내가 볼 때는 그게 전혀 무기력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모습 자체가 정말 현실적인 풍경이 아닐까?
-인물들은 모두 잔인하고 어리석다. 스토리보다도 캐릭터에 신경 쓴다고 들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캐릭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려고 했나.
=마츠가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요괴인 것처럼 표현하고 싶었다. 유령이나 도깨비가 아니라 사람이랑 비슷한 외양을 가진, 악한 면도 있고 때론 귀엽기도 한 요괴 말이다. (웃음)
-우연을 좋아하는 것 같다. <린다 린다 린다>에서는 송이 일본어를 잘 몰랐던 탓에 무심결에 밴드에 들어가겠다고 승낙했고, <마츠가네 난사사건>에서는 히카루가 금괴를 찾아 마을에 온 여인을 본의 아니게 차로 들이받는다.
=우연을 좋아하는 건 맞다. 그런데 그런 우연적인 면은 일본인들에게 아주 많다. 일본인들은 서로 이야기를 하고 그게 소통하며 일을 성사시키는 경우가 별로 없다. 별로 이야기도 안 하고 흘려들어도 저절로 일이 모양새를 갖춰가는 경향이 있다. 물론 나도 그렇고. (웃음)
-당신 영화의 유머가 등장하는 포인트는 살짝 엇박자를 밟는 듯하면서도 쓸쓸한 느낌을 준다. 당신이 생각하는 유머란 어떤 것인가.
=유머는 애교라고 생각한다. 유머를 넣음으로써 캐릭터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생기고, 그로 인해 영화를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
-당신도 평소 주위 사람에게 유머 있는 사람으로 통할 것 같다.
=유머? 글쎄. 내가 웃기는 것보다는 나를 보고 웃어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웃음)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야한 농담을 좋아하고 욕을 많이 하는 등 주위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면서도 도무지 싫어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바로 요괴 같은 사람들이다. (웃음)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은 모두 요괴 같은 면을 가지고 있다. <주온>을 만든 시미즈 다카시는 정말 대단한 요괴다. 나도 좀더 좋은 요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웃음)
-최근 <천연 꼬꼬댁>이란 영화를 완성했다. 어떤 영화인가.
=<마츠가네 난사사건>과 마찬가지로 마을이 배경이다. 하지만 <마츠가네 난사사건>이 마을의 잔혹한 면을 보여주었다면 <천연 꼬꼬댁>은 마을의 평화로운 부분만 보여주는 영화다.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어린이들이고 중학생 여자애가 주인공이다. 그 밖에 구상하는 영화는 아무것도 없다. 이제 당분간은 게을러져야지.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