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감성을 만져주는 그의 목소리
2007-07-26
글 : 오정연
사진 : 이혜정
<알래스카>에 데뷔곡 수록한 막시밀리안 헤커

너무 우울하여 처량맞기까지 한 노래들로 가득한 네장의 정규앨범을 발매했고, 그중 몇곡은 국내 CF에 삽입되어 익숙해졌으며, 네 번째로 한국을 찾은 막시밀리안 헤커를 만났다. 7월19일 개봉한 독일영화 <알래스카>(2000)와 그의 데뷔곡 <Cold Wind Blowing>의 인연 덕분이다. 베를린 외곽 빈민가 청소년들의 잿빛 방황을 그리는 영화의 남녀주인공이 교감할 때마다 흘러나오는 <Cold Wind Blowing>은 그러나 그의 앨범 수록곡과는 약간 다른 버전이다. “영화에 사용할 음악이 필요하다며 음반사를 찾아온 감독에게, 내가 음반사에 보낸 데모 테이프가 전달됐고, 그녀가 그 노래를 맘에 들어했다. 이후에 그 음반사와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희미한 우연의 힘으로 영화와 관계를 맺은 듯싶지만, 감성적이라는 이유로 <어둠 속의 댄서>를 좋아하고, 김기덕 감독의 <빈 집>을 좋게 봤으며, <알래스카>의 핸드헬드 카메라가 도그마 감독들의 그것과 비슷한 것 같다고 말하는 품새에선 영화 애호가의 면모가 엿보인다. 대만과 중국, 한국에서 자신의 음악이 유난히 큰 인기를 누리는 이유에 대해서 “아시아는 규율이 엄격하고 그러다보니 감정을 직접 드러내는 것에 익숙하지도 않은 것 같다. 나는 부모님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언제나 감시를 받는다고 느꼈고, 음악을 통해서 진짜 감정을 표현하게 됐다. 그런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않았을까”라고 조심스레 분석한다. 영화의 주인공과 비슷한 나이였을 때의 가장 큰 고민을 물었다. “여자친구가 없었다. 내가 못생기고 서툴러서 그런 줄 알았다. 언제나 내가 뭔가를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스러운 시절 아닌가.” 이제 그 고민은 해결됐느냐고? 7월 말에 서른살이 되는 그가 “지금도 미숙하다. 적어도 여자에 관해서는, 아직도 15살 같다”며 웃는다. 여전히 그의 노래들이 떠나간 소녀 혹은 자신을 보아주지 않는 여인을 향한 간절함으로 가득한 걸 보면, 그의 말은 진심처럼 들린다. 부드럽게 우리를 위로하는 그의 음악이 지닌 평범한 소박함의 미덕은, 단지 음악에만 해당하는 건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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