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모더니즘의 거장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가 향년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7월30일 월요일, 로마에 위치한 그의 사택에서 숨을 거뒀다는 안토니오니의 타계 소식은 스웨덴의 거장 잉마르 베리만의 죽음이 알려진지 채 24시간이 되기 전에 일어난 일이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20세기가 낳은 혁명적이고 독특한 영화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는 1912년 이탈리아의 북부도시 페레라에서 태어났다. 볼로냐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지역신문과 영화지 기자로 활동했고, 영화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로마 영화실험센터를 졸업한 후의 일이다. 로베르토 로셀리니와 마르셀 카르네의 조감독을 거치고, 단편 다큐멘터리 <포 강의 사람들>을 연출하며 시작된 안토니오니의 초기 활동은 1940년대에 2차대전의 영향으로 때이른 쉼표를 맞는다. 전쟁으로 이탈리아의 영화산업이 기근에 있을 때, 그는 번역가로 활동했고, 그 후 루치노 비스콘티의 추천으로 영화 활동을 재개했다.
안토니오니는 1948년에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만들며 정식으로 감독 데뷔를 했는데, 그가 메가폰을 잡은 첫 장편영화 <어느 사랑의 연대기>은 그로부터 2년 후인 1950년에 완성됐다. 그후 <여자친구들> <외침> <도시의 사랑>등을 만들며 전성기를 연 안토니오니는 1960년 브루조아 계층의 고독을 그린 <정사>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며 전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하고, 영화에 출연한 여배우 모니카 비티 역시 스타덤에 오른다. 그 후 <정사>에서 이야기했던 현대인의 분노와 소외, 고독과 허무는 <밤>(1961), <태양은 외로워>(1962), <붉은 사막>(1964) 등 3부작으로 이어진다.
1966년 바네사 레드그레이브와 데이비드 헤밍스가 출연하는 스릴러 <욕망>으로 칸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할리우드의 초대를 받은 안토니오니는 1960년대 후반의 미국을 다룬 <자브리스키 포인트>(1970)를 MGM을 통해서 제작하며, 1975년 잭 니콜슨이 사하라를 여행하는 기자를 연기한 <여행자>를 발표했다. <욕망>으로 1967년 오스카 감독상 후보로 지명된 안토니오니는 1995년 MPAA의 초청으로 아카데미 평생공로상을 수상했다. 이때 시상자로 <여행자>(1975)에 출연한 잭 니콜슨이 무대에 올라 공로에 상찬을 바쳤다. 1985년 뇌졸중으로 부분적인 신체 마비를 겪고 언어능력을 상실했지만, 안토니오니는 아내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에 앉아서도 영화 만들기를 계속했다. 노령에 불편한 몸을 거느린 이 거장은 그의 90대에 이르러서도 2편의 영화를 완성하는데, <미켈란젤로 아이 투 아이>라는 35분짜리 단편 다큐멘터리와, 왕가위,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과 함께 만든 옴니버스 영화 <에로스>다.
이탈리아의 대통령 조르지오 나폴리타노는 "이탈리아는 오늘 영화의 위대한 지도자이며 동시에 표현의 지평을 넓힌 탐험가를 잃었다"고 말했으며, 로마 시장 월터 벨트로니는 "안토니오니의 죽음으로 위대한 감독과 모더니티의 거장을 동시에 잃었다"고 그와 세상의 작별을 애도했다. 장례식은 8월2일 그의 고향인 페레라에서 조용히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