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도박을 하지 않으면 되돌려 받는 것도 없다”
2007-08-06
글 : 장미
사진 : 오계옥
<디 워>의 제이슨 베어

<디 워>의 배우, 제이슨 베어가 내한했다. 심형래 감독을 ‘미스터 심’이라고 불렀던 그는 <디 워>에서 주인공 이든으로 출연했음에도 영화를 둘러싼 갖가지 이슈들, CG 작업의 완성도, 시나리오의 허술함, 많은 제작비, 감독의 학력 논란, 흥행 여부 등에서 살짝 비켜나 있는 듯했다. 여의주의 운명을 타고난 새라(아만다 브룩스)를 나쁜 이무기, 부라퀴의 공격에서 지켜내는 임무를 짊어진 이든에게 근심, 걱정이 많았다면, 그에게선 외려 영화의 개봉에 대한 기대감이 묻어났다고 할까. <디 워> 개봉 하루 전인 7월31일, 베어를 만나 <디 워>와 심형래 감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름을 정확히 어떻게 발음해야 하나. 베어인가, 버인가.
=버가 아니라 베어다. 곰(bear)이랑 같은 발음이다. 크고 나쁘고(big and bad). (웃음)

-<디 워>의 완성본은 언제 처음 봤나.
=몇주 전이었다. LA에 있는 미스터 심의 사무실에서 TV로 봤다. (호텔 방의 TV를 가리키며) 저만할까? 큰 스크린으로 보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더라. 이건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 하는 종류의 영화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무엇인가.
=모든 장면이 좋았지만 특수효과, 액션, 전쟁신 등은 다른 영화에서 보여주지 못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두 마리의 이무기가 맞붙어 싸우는 마지막 장면도 그렇다. 빠르고, 격렬하고, 난폭하다.

-<디 워>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그들이 내게 스크립트를 보냈다. 첫 번째 미팅 이후 나는 <디 워>가 지금까지 들어본 것 중 가장 독특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영화의 소재가 되는 생명체나 전설, 신화 등은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것이라서 흥미를 끌었다. 그들은 내게 그 생명체의 생김새를 그린 프리 비주얼도 보냈는데 상상력을 아주 잘 발휘한 듯했다. 미완성 단계의 결과물이었지만 무척 기대되더라.

-혹시 심형래 감독이 당신을 캐스팅한 이유를 알고 있는지.
=나도 모르겠다. 무척 궁금한 질문이긴 하다. (웃음) 그저 나를 캐스팅해서 고마울 뿐이다. 사실 이든은 연기자에게 무척 터프한 역할이다. 운명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이해하지도, 믿지도 못하니까. 영화에서 벌어지는 여정 중에 이든은 운명을 받아들이고 따르기 위해 발버둥친다.

-심형래는 어떤 감독이었나.
=그는 매우 자신감있는 감독이었다. 자신이 뭘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으며 매우 재빨리 움직였다. 우리의 일에 많은 책임감을 가지고 있어서 매일 준비된 채 나타났다. 우리에게도 최선을 다하길 요구했다. 그의 열정은 매우 전염성이 강한 것이었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예컨대 의사소통의 문제라든지.
=없었다. 그는 영어를 이해하고 말할 줄 알뿐더러 우리에겐 통역가도 있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도리어 내가 무엇에 맞서 연기하는지 모른다는 데 있었다. 그린 스크린 아니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게다가 사람들은 제각각의 상상력을 이용한다. 아무것도 없이 연기하려면 내 상상력에 기대야 하는데 그게 감독의 것과 다를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이무기가 움직이고 공격하는지 최종 결과물과 다르게 이해하고 반응한다면, 우스워 보일 수도 있었다.

-<디 워>는 한국에서 여러 의미로 뜨거운 감자 같은 작품이다. 이 사실을 알고 있나.
=나는 이 작품이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둘 가능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 그것에 대해선 어떤 압박감도 없다. 이전 작품들도 마찬가지다. 어떤 작품에 배우로 참여했다면 진실하게 연기했기만을 바라야 한다. 사실 영화마다 위험성이 있다. 여기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도박을 하지 않으면 되돌려 받는 것도 없다. 그저 내던져진 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는 수밖에 없다.

-부담 같은 게 전혀 없었다는 말인가.
=어떤 압박도, 부담도 느끼지 않는다. 이 영화는 속편이 아니다. 어떤 영화의 리메이크가 아니다. 이건 독창적이고, 크고, 정신없고, 재미있는 작품이다.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즐거움을 얻었으면 좋겠다.

-<디 워>가 미국에서 성공할 것 같나.
=전적으로(Absolutely). 이건 모두를 위한 영화다. 가족과 함께 보고 싶으면 그래도 좋다. 이 영화는 그렇게 폭력적이지 않다. 데이트 상대나 친구와도 볼 수 있다.

-크게 주목받았던 드라마 <로스웰>이나 영화 <그루지> <스킨워커스>, 후반작업 중인 <타투이스트> <센스리스> 등 전작을 보면 유난히 호러, 스릴러, SF물이 많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나는 예전에 하지 않았던 작품에 늘 끌린다. 다른 문화와 장소를 탐험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디 워>로 나는 재능있는 한국 감독과 일할 수 있었다. <그루지>를 찍으면서는 일본의 문화에 대해 많이 배웠다. 내년에 개봉할 <타투이스트>는 뉴질랜드에서 촬영했다. 이건 그곳 사람들의 문화와 믿음, 세계관에 대한 영화다. 창의적인 이야기에는 신선함이 있고, 그런 것들이 나를 온 세계로 끌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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