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애끓는 모정, 무더위를 삼키다
2007-08-07
사진 : 오계옥
글 : 오정연
<세븐데이즈> 촬영현장

끝없이 펼쳐진 갈대밭, 쭉 뻗은 비포장도로. ‘서울 근교에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은데, 시나리오에 아예 그런 지문이 있단다. 기가 막힌 로케이션 헌팅이다. 촬영현장에 도착하면 버릇처럼 배우를 먼저 찾게 마련. 분주하게 플래시를 터뜨리는 수십개의 카메라가 향한 곳에 김윤진이 있겠지만, 뒤편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액션, 소리에 맞춰 출발한 그녀가 “은영아!”를 외치면서 달리는 모습이 멀리서 보였다. 제작진의 컷, 소리를 듣지 못하고 질주하던 그녀가 가까스로 멈춰서기까지가 한 테이크. 7월26일 경기도 안산시 시화호 부근. 원신연 감독의 세 번째 장편이자, 김윤진의 출연으로 화제가 된 <세븐데이즈>의 막바지 촬영이 한창이다.

백전백승의 능력있는 변호사지만 홀로 키우는 딸에게는 모자란 엄마 지연(김윤진). 어느 날 그녀는 자신의 딸 은영을 유괴하고는 몸값 대신 살인범이 무죄판결을 받도록 도우라고 요구하는 누군가의 전화를 받는다. 주어진 시간은 일주일. <세븐데이즈>는 애끓는 모정으로 누구보다 냉철한 판단을 거듭해야 하는 지연의 딜레마를 따라잡는 숨가쁜 스릴러다. 본격적인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이날, 무시무시한 개의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연이 그토록 달린 것은 딸의 알레르기 약을 유괴범에게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영화에서 달리는 장면이 너무 많아서 따로 운동도 필요없다”는 김윤진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목요일의 아이>에서 <세븐데이즈>로, 김선아에서 김윤진으로. 지연의 절친한 동창인 형사 역의 박희순을 제외하면 감독부터 배우, 시나리오까지 전면 수정되는 등 제작과 관련한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무엇보다도 이런 영화를 죽이니까 한국영화가 망한다는 생각에 연출제의를 수락했다. 한국에서 저런 영화도 만드는구나, 라는 말을 듣기 위해 개 뛰듯 뛰고 있다”는 원신연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영화의 완성도로 답하겠다는 각오다. 8월 초 촬영을 마무리하는 <세븐데이즈>는 오는 가을 개봉예정이다.

최영환 촬영감독

“2, 3대의 카메라로 시시각각 배우를 쫓는다”

그러고보니 왜 이제야 만났나 싶다. <구타유발자들>에서 원신연 감독은 2, 3대의 카메라를 상시적으로 운영하며 빠른 편집으로 현장감을 살렸고, <타짜> <강적>에서 최영환 촬영감독은 한시도 정지하지 않는 카메라로 관객을 유혹했다. 이들이 조우한 <세븐데이즈> 현장에 2, 3대의 카메라가 수시로 사이즈와 위치를 바꾸며 호시탐탐 배우를 뒤쫓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나의 상황을 쭉 따라잡은 카메라에 담긴 화면을 잘게 쪼개며 “하루에 200컷씩 촬영”하는 무시무시한 속도를 자랑하고, 클로즈업이며 풀숏을 따로 찍지 않는 방식 덕분에 배우들은 카메라를 “몰래카메라”라고 부른다. 최영환 촬영감독은 “<타짜>나 <강적>의 현장에도 카메라는 항상 두대였기 때문에 이런 상황은 전혀 낯설지 않다”고. 원신연 감독은 한 테이크 안에서 프레임의 사이즈며 카메라의 무빙을 촬영감독에게 일임하는 스타일. 이에 대해 그는 “아무래도 더 많은 생각을 해야 하는 건 사실”이라고 말한다. DI는 물론 푸싱, 풀링, 블리치 바이 패스 같은 특수현상까지 겸할 예정이라는 그에게, <세븐데이즈> 촬영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극중 김윤진씨가 딸 때문에 갈등하는데, 그걸 보고 있다가 갑자기 울컥했던 순간”이란다. “원래 잘 그러는 편이 아닌데, 이상하게 그 장면은 슬프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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