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찬란한 다이아몬드여, 영원히, 니콜 키드먼
2001-10-24
글 : 위정훈

<물랑루즈>에서 ‘찬란한 다이아몬드’ 샤틴은 화려한 박수 속에 노래하고 춤추며 등장하고, 기립박수와 환호 속에 노래하고 춤추면서 스러진다. 연인 크리스티앙의 가슴에 찬란한 슬픔을 남긴 채. 그 이미지, ‘찬란한 다이아몬드’를 찾던 바즈 루어만 감독은 뉴욕에서 니콜 키드먼의 1인5역 연극 <푸른 방>을 보고 꽃바구니와 함께 메모를 보냈다. “당신에게 맡기고 싶은 멋진 배역이 있어요. 그녀는 노래하고, 춤추고, 그리고는 죽는답니다.” 메모와 달리 오디션을 거쳐야 했지만 그녀는 샤틴 역을 품에 안았고, 루어만의 ‘유혹’에 보답했다. 니콜 키드먼은 연기는 물론 춤추고 노래부르기를 동시에 해냈고, 바즈 루어만은 그녀의 매혹적인 춤과 노래를 카메라에 빠짐없이 담아냈다. <물랑루즈>는 무릎 연골에 부상을 입고서도 리허설을 쉬지 않을 만큼 샤틴에 몰입했던 열정이 맺은 달콤한 열매다.

<물랑루즈>에서 공작이 샤틴의 하얀 목에 걸어주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저주받은 목걸이를 연상시키는 호화찬란한 목걸이가 그녀만큼 어울리는 여배우가 또 있을까. 그러나 예쁘게 꾸며놓은 도자기 인형 같은 외모에도 불구하고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여배우가 할리우드 1급 배우로 우뚝 서기까지 어떤 음모와 배신의 혼돈 속을 헤쳐왔을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런 점에서 제인 캠피온 감독의 <여인의 초상>에서 불면 날아갈 듯한 인상이지만 사실은 강하고 독립적인 이자벨 캐릭터는 니콜 키드먼 그대로다. 그건 할리우드행 티켓이 된 1989년작 <죽음의 항해> 때부터 나타나긴 하지만. 항해 도중 만난 사이코 킬러와의 사투를 그린 스릴러 <죽음의 항해>에서 니콜 키드먼의 길고 탐스러운 빨강머리, 주근깨가 점점이 박힌 통통한 얼굴, 동그란 청회색 눈은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서부개척시대 미국의 시골처녀 그대로다.

<폭풍의 질주> <파 앤 어웨이>에 출연할 때만 해도 톰 크루즈의 ‘아내’였을 뿐, ‘배우’ 니콜 키드먼은 희미했다. 하지만 할리우드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신의 투쟁과 비슷했기 때문일까. 구스 반 산트의 1995년작 <투 다이 포>에서 최고의 앵커우먼이 되려 발버둥치는 야심만만한 소도시의 기상 리포터 역으로 빛나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배트맨 포에버> <피스메이커> <프랙티컬 매직> 등을 거쳐, <아이즈 와이드 셧>. 스탠리 큐브릭, 당시 남편 톰 크루즈와 꼬박 2년을 매달린 <아이즈 와이드 셧>에서 그녀는 정숙한 얼굴 뒤에 일상의 권태와 일탈의 욕망을 드러낸 앨리스 역으로 한발 더 나아간다.

니콜 키드먼의 성공에 톰 크루즈의 아내라는 타이틀이 일조했음은 부정할 수 없지만, 지난 8월, 톰 크루즈와의 결혼생활이 막을 내렸다는 사실은 더이상 그녀의 이력에 흠집을 남기지 못했다. 니콜 키드먼은 <물랑루즈>에 이어 스페인 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할리우드 데뷔작인 스릴러 <타인들>에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공포와 싸우는 어머니 그레이스를 연기,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감이다”라는 성급한 예측까지 덧붙인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스티븐 달드리의 <시간들>(The Hours)에서 버지니아 울프로 변신하는가 하면 <피스메이커>에서 함께 공연했던 조지 클루니의 감독 데뷔작 <위험한 정신의 고백>(Confessions of a Dangerous Mind)도 예약해둔 상태다. 그리곤 <독빌>(Dogville)로 라스 폰 트리에와 조우한다. 삶은 잠시 그녀를 속였을지라도, 스크린과 ‘찬란한 다이아몬드’의 밀월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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