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워> 후폭풍이 무섭다. 개봉 8일째인 8월8일까지 전국 534개 스크린에서 391만7613명을 동원한 <디 워> 때문에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거나 개봉예정인 영화들이 적정 스크린을 확보하지 못해 속을 태우고 있거나 개봉일을 조정하느라 부산을 떨고 있다.
8월8일 선보일 예정이던 정준호, 김원희 주연의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는 개봉 이틀 전에 급작스럽게 8월22일로 개봉일을 미뤘다. 제작사인 태원엔터테인먼트는 8월9일 보도자료를 내 개봉일 변경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물량공세에 밀려 침체에 빠졌던 한국영화에 모처럼 단비를 내려주고 있는 <화려한 휴가>와 <디 워>의 흥행질주”를 돕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디 워>의 기세에 눌릴 것 같아 개봉을 연기한 것 아니냐고 묻자 “그건 아니다. 극장을 못 잡은 것도 아니다. 스크린도 롯데쪽을 중심으로 300개 정도 잡았다. 다만 개봉 시기를 미루면 <화려한 휴가>나 <디 워>의 흥행 분위기를 이어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배우들과 협의하에 그렇게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제작사 관계자는 “지금은 스크린 300개를 잡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상반기 적자를 메우려는 지역 멀티플렉스들이 자사 배급 영화라고 해서 스크린을 순순히 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화려한 휴가>의 경우, 8월9일 오전 현재까지 전국 440개 스크린에서 4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
한편, <디 워>와 같은 날 개봉한 <기담>은 193개 스크린을 잡긴 했으나 개봉 첫 주말부터 극장쪽으로부터 푸대접을 받고 있다. 상영관이 개봉 첫 주말에 200개 이상으로 늘었으나 극장쪽이 교차상영을 하는 통에 제대로 관객을 만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담>의 제작사인 도로시 관계자는 “극장 수를 200개 정도 가져가면서 장기상영을 목표로 했는데 다 어그러졌다. 수·목·금 성적이 나쁘지 않았는데도 첫주 토요일부터 극장들이 오전에만 스크린을 내주는 등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면서 “아무리 극장들이 힘들다고 하지만 이럴 때 보면 동반자 의식이 너무 없는 것 아닌가 싶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8월8일 개봉한 김명민 주연의 <리턴> 또한 “시사회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까닭에” 300개 이상의 스크린 확보를 목표로 놨으나 최종 스크린은 240개에 그쳤다. 한 제작자는 “서울의 한 7개관 멀티플렉스에서는 1편의 영화가 모조리 스크린을 차지한 적도 있다”면서 “올 여름 멀티플렉스는 특히나 온리플렉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