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우리 모두 사랑했던 그 목소리를 기억하며
2007-08-14
글 : 오정연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고 정은임 아나운서 추모바자회

떠나간 사람을 그리워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다. 진심으로 사랑했던 누군가가 세상에서 잊혀지지 않도록, 그의 이름으로 선행을 베푸는 이들이 있다. 정은임 추모사업회. 1992년부터 1995년까지 2년5개월, 그리고 2003년부터 2004년까지 반년간 심야 라디오프로그램 <정은임의 FM영화음악>으로 우리 곁에 머물렀던 정은임 아나운서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 꼬박 3년이 흘렀다. 지난 8월4일 아름다운가게 서울역점에서 열린 ‘정은임 아나운서 추모바자회’는 남겨진 슬픔을 거름삼아 더 큰 사랑을 실천하려는 노력 덕분에 가능했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이하는 바자회는 <정은임의 FM영화음악>의 평범한 애청자였던 시민운동가 정대철씨로부터 비롯된 행사다. “정말 오랜만에 방송에 복귀했다고 좋아했는데 그렇게 갑자기 가셨으니, 정말 황당했죠. 2004년 말쯤, 그냥 보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아름다운재단에 아는 분이 계셨고, 이런 행사를 열게 됐습니다.” 대표도 없이 각자 맡은 업무를 맡고 있다는 정은임 추모사업회에서 바자회를 담당하고 있는 그에 의하면, 전국 각지의 팬들이 물품을 기증하면, 몇몇 회원들과 함께 이를 손봐서 가게에 전시하고 바자회 당일 모두 함께 가게를 지키는 식으로 행사가 진행된다. 이렇게 모인 수익금이 1회 때는 특별후원금 70만원을 포함해 200만원, 2회 때는 182만7천원이었다. 전액 수해지원금이나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활용됐으며, 500여점의 생활용품을 기증받아 진행한 올해의 수익금은 136만2천원에 달한다.

가게에 들어서니, 언제 들어도 반갑고 그리운 목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회원 중 한명이 과거 방송을 모두 MP3 파일로 전환한 것 중 일부를 이날 하루 종일 가게 안에서 틀어놓았던 것이다. 무심코 가게 안을 둘러보는 손님들 중에서 “아, 정은임 아나운서, 저도 알아요”라고 말을 걸어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고. 무심한 듯 따뜻하게, 그렇게 우리 모두 같은 시간 같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음을 깨닫는 순간. 아주 조금이나마, 세상이 밝아지는 소리가 함께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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