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영화읽기] 서정적이고 슬픈 스릴러
2007-08-23
글 : 김봉석 (영화평론가)
<리턴> 안정된 구성 속에서 인물에 주목하게 만드는 영화

<리턴>은 결코 완벽한 스릴러영화가 아니다. 주제가 심오하다거나, 한계를 뛰어넘는 기발한 무엇인가를 선보였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리턴>은 아주 재미있는 상업영화, 스릴러영화일 뿐이다. 나는 <리턴>을 즐겁게 보았고, 누군가에게 기꺼이 권할 생각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를 가지고 논쟁할 생각은 없다. 당연하지 않은가. 이건 그저 스릴러 장르의 한 영화를 즐기는 취향일 뿐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스릴러영화가 최소한의 장르적 규칙마저도 무시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기본을 지키면서 나름의 미덕을 갖춘 <리턴>이 정말 반가웠던 것뿐이다. 그러니 이건 찬반 같은 것이 아니라, 단지 내가 <리턴>이 좋았던 몇 가지 이유일 뿐이다.

<리턴>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는 수술 중 각성이다. 수술 중 마취에서 깨어나 고스란히 고통을 체험하는 것. 그 탓에 어린 나상우는 살인마가 되었고, 서희진은 죽음에 이르러야 했다. 수술 중 각성은 <리턴>에서 두번 나온다. 단지 나상우의 트라우마만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로 존재하는 것이다. 마지막 장면을 떠올려보자. <리턴>은 살인마 나상우에게도 연민을 보낸다. 그건 당연한 일이다. 나상우 역시 희생자다. 수술 중 각성 때문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게 된 것이고, 기억의 봉인이 풀리지만 않았다면 나름 평범하게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결코 나상우의 살인을 정당화할 수는 없지만, 그 역시 희생자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복수의 과정에서 류재우와 그의 아내 서희진은 절대적인 희생자가 된다. 애초에 <리턴>은 나상우가, 실제로 수술을 했던 의사들에게 행하는 복수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그보다는 의사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류재우를 괴롭히는 것이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수술 중 각성으로 살인마가 된 나상우가 살인을 저지르는 과정을 그린다기보다는 아무런 잘못도 없이 극한의 고통을 겪어야 하는 류재우의 슬픔을 보여주는 것에 <리턴>은 더욱 치중하는 것이다. 류재우와 주변 인물들은 모두 이유없는 희생자이고, 그럼에도 극한의 지옥에 떨어져야 한다. 그것이 <리턴>의 감정적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이유다.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살인마에게 쫓기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살인마의 희생양으로 선택되었을 뿐이다. 그들은 그 과녁에서 도망칠 방법이 없다. 애초에 이유가 없는, 아니 이유가 뒤틀린 악의이기 때문에.

영화의 구성 전체를 무너뜨릴 만한 큰 오류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리턴>은 성공이다. 한국의 스릴러영화는 오랫동안 ‘논리’를 잊고 있었다. 그저 기이한 상황들만 던져놓다가 마지막에 적당히 해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리턴>의 논리가 정확하다고 말할 생각은 없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허점도 간간이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조금 삐끗하는 정도다. 전체적으로는 아귀가 맞는다. 주인공 주변에 배치된 3명의 용의자에서 범인을 골라내도록 만든 일반적인 구성도 안정적이다. <리턴>은 마지막 순간에 모든 수수께끼를 밝히는 구성이 아니다. <리턴>은 나상우의 동기를 모두 드러낸 뒤에,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나상우가 누구인지에만 주력한다. 어떤 면에서 본다면 <리턴>의 트릭은 아주 단순하다. 세명의 용의자에게 부여된 몇개의 의문들만 해명해주면, 자연스럽게 범인이 드러나는 것이다. 후최면 등 복잡한 단서가 따르긴 하지만, 범인을 확정하는 이유도 별다른 억지가 아니다. 합당하고, 그런대로 설득력이 있다.

<리턴>은 기발함이나 엽기적인 무엇으로 승부하는 영화가 아니다. 안정된 구성 속에서, 인물에 주목하게 만드는 스릴러영화다. 김명민이 연기하는 류재우라는 인물에 공감하기만 한다면, <리턴>은 한없이 매력적인 영화다. 엄밀하게 말하면, 나상우의 공작이 있긴 했지만 서희진을 죽인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은 류재우 자신이다. 자신이 수술을 했기 때문에, 그 고통으로 아내가 죽은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류재우가 처절한 복수심에 사로잡혀 범인을 박살내는 것도 아니다. 류재우가 박살내고 싶은 것은, 바로 그 자신이다. 그 고통이 무엇인지, 그 슬픔이 얼마나 깊은 것인지 <리턴>은 보여준다. 김명민의 연기는, 그 고통과 슬픔을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리턴>은 안정적이면서도, 서정적이고 슬픈 스릴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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