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 리뷰]
이준익 감독 신작 <즐거운 인생> 첫 공개
2007-08-24
글 : 최하나

일시 8월22일(수) 4시
장소 서울극장

이 영화
대학시절 록밴드 ’활화산’의 멤버로 의기투합했던 기영(정진영), 성욱(김윤석), 혁주(김상호)는 각자 고단한 삶의 무게에 지쳐가는 중이다. 직장에서 짤려 백수 신세가 된 기영은 아내(김호정)의 눈치 속에 하루 하루를 소일하고, 성욱은 낮에는 택배 밤에는 대리 운전을 하며 생활비를 마련하며, 혁주는 중고차 매매를 통해 해외로 떠나보낸 아이들을 뒷바라지 하는 기러기 아빠다. 그러던 어느날 활화산의 멤버였던 상호가 세상을 떠나고, 장례식을 계기로 조우한 세 남자는 기영의 부추김으로 밴드 활동을 재개하기로 결심한다. 상호가 맡았던 보컬의 빈자리를 그의 아들 현준(장근석)이 채우고, 클럽 공연을 시작하면서 세 남자는 잃어버렸던 삶의 활력을 되찾기 시작한다.

말말말
"세계 3대 영화가 있다. <벤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가 바로 <즐거운 인생>이다.(웃음)"_사회자로 나선 박중훈
"영화가 좋을 때랑 안좋을 때랑 기자들 반응이 다른데, 영화가 안좋으면 기자들이 시사 끝나고 말도 없이 싹 다 사라져버린다. 그런데 영화가 괜찮으면 다들 시사 후에 돌아가질 않고, 극장 앞에서 얼굴이 벌개져서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후자이길 바란다"_이준익 감독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는 정말 아무 생각도 없었다. 그저 배우고 싶다는 마음에 제일 컸다. 열심히 만들었으니 잘 봐주십시오, 이건 인삿말이고 속 마음은... <라디오 스타> 보다 재밌다.(웃음)"_장근석

100자평
예상을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 이야기. 이준익 감독의 신작 <즐거운 인생>은 전작인 <라디오 스타>가 그랬듯 누구나 아는 엔딩을 향해 나아가는 영화다. 맥빠진 중년 남성들이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음악으로 뭉치고, 공연을 하며 삶의 활기를 찾는다. 하지만 <즐거운 인생>은 별 다를 것 없는 이야기 속에 진심을 우려냈던 <라디오 스타>와 다르다. 가족과 여성에 대한 남성 판타지적 시선은 둘째로 치더라도, 갈 곳을 잃은 남성들의 내면이 깊어 보이지 않는다. 김윤석이 연기한 성욱이 아내에게 “나 진짜 힘들어”라고 말하는 장면 정도가 가슴을 미미하게 울리는 부분. 약점이 되기 쉬운 진부함을 감정의 깊이로 새겨 놓았던 이준익 감독의 전작을 생각할 때 <즐거운 인생>은 좀 아쉽다.
정재혁<씨네21>기자

아빠, 힘내세요. <즐거운 인생>을 보면 한때 유행했던 광고 카피가 떠오른다. 밥 벌이의 고단함에 지쳐버린 가장들이 잊고 있던 젊은 날의 꿈을 통해 즐거운 인생을 되찾는다는 이야기. 익숙하고 전형적인 설정만큼이나 영화는 큰 고민 없이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장근석이 연기한 현준 캐릭터가 일체의 알맹이 없이 장식적 차원으로 사용된 것처럼 영화는 플롯의 곳곳에 허술함을 드러내는데, 그보다 불편한 것은 영화가 아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생활에 지치고 남편을 향한 이유 있는 배신감에 사로잡힌 아내들은(아예 타지에서 바람이 난 아내를 제외한다면) 남편들의 일방적인 ’꿈 찾기’에 생활비를 들먹이는 가장 큰 걸림돌로 묘사되다가, 결국 불가해한 미소와 함께 콘서트의 관객석에 동원된다. 경제적 부양력을 떠나서, 우선적으로 성숙한 소통의 능력이 결여된 이 남자들의 외유는 열정보다 칭얼거림에 가깝게 들린다.
최하나<씨네21>기자

<즐거운 인생>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삶의 위기에 봉착한 중년남자들은 어떻게 활력을 되찾았나’ 쯤 될 것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40대 중년남들은 실직으로 인한 무기력증과 ‘기러기 아빠’ 생활로 인한 외로움 등으로 고달픈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들이 어느날 밴드를 다시 결성하기로 하는 것은 음악의 힘을 믿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20년 전의 그 패기와 기력을 되찾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아버지들의 친구를 유사 아버지로 받아들이는 현준(장근석)이 가세하면서 회춘의 꿈은 실현 가능성을 찾는다. 하지만 <즐거운 인생>은 ‘위기의 남편들’에게 다소 남성 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인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공감대를 보다 크게 만드는 데는 실패하는 듯 보인다. 남편들의 활력에 동반되는 여성들의 한숨에 조금만 더 시선을 쏟았다면 어땠을까 . <즐거운 인생>이 가슴을 당기는 지점은 그런 상황에 의한 공감 보다는 음악 자체가 가져다주는 카타르시스 쪽에 있는 듯하다. 영화 중간중간 등장하는 음악 연습, 공연 장면들은 영화 속 주인공들의 억눌렸던 꿈 뿐 아니라 보는 쪽의 갈망 또한 해소해주는 시원함이 있다. “아니 그쪽도 밴드하셨어요? 저도” 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어린 날 뮤지션을 꿈꿔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몸 안에서 솟구치는 아드레날린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문석<씨네21>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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