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다마키 히로시] 치아키 선배의 엉뚱한 능력
2007-08-30
글 : 정재혁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홍보차 방한한 다마키 히로시

인터뷰 방에 들어선 다마키 히로시는 재킷을 벗었다. 셔츠의 단추도 하나 풀었다. “더워요. 겨울에도 더위를 타거든요.” 180cm의 키에 수영으로 다져진 어깨, 짙은 검은 머리가 풍기는 차가운 도시의 느낌과 달리 그의 말과 행동은 좀 의외였다. “폼을 잡고 찍은” 남성 패션잡지 <멘스 논노> 사진의 고독한 느낌을 생각하면 오해다. 일본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의 모습은 나고야 남자답게 다혈질이고 엉뚱하다. CF에서도 그는 멋진 캐릭터보다 웃긴 캐릭터를 더 많이 연기한다. 땀을 흘리며 라면을 먹거나(나가타니엔), 녹차 색의 유카타를 입고 입에 도넛을 물며(미스터 도넛), 수영복 차림에 기타를 치고 노래를 한다(마루이).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 DVD의 일본 발매 기념 행사에선 2시간에 걸친 메이크업으로 잭 스패로우의 코스프레를 하고 나타났다. 전교생이 동경하는 완벽한 남자 치아키 선배(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는 그의 말 그대로 “닮은 구석이 없는” 캐릭터다.

하지만 <노다메 칸타빌레>를 계기로 다마키 히로시는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한 단계 높이 점프했다. 그는 바이올린, 피아노, 지휘까지 음악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치아키의 마네킹으로 완벽했고, 많은 여성들은 치아키 선배를 동경하듯 다마키 히로시를 사랑했다. 하얀 셔츠에 각을 잡고, 다른 학생들을 무시하며, 교정을 걷는 모습. 조금은 우스워 보였지만 사디스트적인 면모가 밉지 않았다. 셔츠 단추를 풀기 전의 다마키랄까. 확실히 치아키는 다마키 히로시의 이미지를 충실히 재현한 캐릭터다. 일단 멋있어 보이지만 무언가 결점을 숨기고 있는 남자. 그리고 그 결점은 나고야 남자의 화통처럼 과장과 코미디로 꾸며졌다. 본인은 닮은 구석이 없다고 하지만, 동체착륙의 경험으로 비행기 공포증을 가진 치아키는 번듯한 모델의 이미지 뒤로 유머를 숨긴 다마키와 비슷해 보인다.

“TV드라마가 좋아” 연예인의 꿈을 품은 다마키 히로시는 15살 때부터 혼자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연기도, 노래도 한 적이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오디션에서도 수차례 떨어졌다. 하지만 그는 “그래도 연예인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1년. 다마키는 현재 소속사인 아오이코포레이션의 사장에게 스카우트됐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도쿄로 올라갔고, 이후에도 약 5년간은 연기를 하며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었다. 도쿄에서 처음 그가 구한 집은 아침에 일어나면 이와 벼룩이 온몸에 붙어 있을 정도로 허름한 곳이었다. “도쿄 와서 정말 힘들었다. 일단 물가가 높고, 집세도 비싸고. 생활 자체가 안되더라. 하지만 절대로 다시 나고야 집으로 돌아가고 싶진 않았다. 어떻게든 꼭 도쿄에서 성공하고 싶었다.” 이런 그의 바람이 실현되기 시작한 건 2002년 TV를 탄 포카리스웨트 CF 이후다. 사랑 고백을 위해 하트 모양으로 머리를 깎은 남자를 연기한 다마키 히로시는 CF의 특이한 설정 덕에 주목받았다. 이후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연출한 <나고야테레비> 40주년 기념 드라마 <사부>에 출연했고, 2003년에는 영화 <로커즈>를 계기로 같은 이름의 밴드를 시작했다. 2004년부터는 싱글 <Seasons>을 시작으로 솔로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부드러운 록템포에 강한 멜로디 라인. 다마키 히로시의 노래는 ‘아티스트 적’이지 않다. 오다기리 조나 아사노 다다노부의 음악처럼 자의식을 파헤치는 쪽이 아니다. 그의 노래는 그냥 자신의 느낌을 솔직하게 내뱉는다. 연기도 마찬가지다. 시대극부터 청춘물까지 그는 매번 다른 성격의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지만 이는 배우로서의 실험이 아니다. “지금까지 만든 이미지를 부수고 싶다. 똑같은 건 하고 싶지 않다.” 이 말 속엔 연기자로서의 다마키보다 연예인으로서의 다마키의 욕심이 더 크게 묻어난다. 그는 “글로벌로 나가는 시대”에 “일본에 한정하지 않고 넓게 나아가기” 위해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기억을 잃어가는 남자를 연기한 <변신>의 준이치나 배의 가려움증을 콤플렉스로 가진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의 마코토는 배우의 이력에서 보면 그리 성공적이진 못하다. 아직까지 그의 연기엔 재능보다 욕심이 더 커 보인다. 하지만 그는 연기도, 음악도,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출연도 모두 꿈을 향한 똑같은 발판이라 생각한다. “지금의 기분을 담아 자연스럽게 임할 뿐이다.” 엔터테인먼트도 그 자체로 즐겁다면 나쁘지 않다.

2007년 다마키 히로시는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로 일본의 영화, TV 프로듀서들이 주관하는 에란도르 신인상을 수상했다. 2006년에는 미야자키 아오이와 함께 영화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에 출연했고, 현재는 다케우치 유코, 오오사와 다카오 등과 함께 출연한 대규모 영화 <미드나이트 이글>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음악 활동도 쉬지 않아 2006년부터는 대형 음반사 AVEX로 레이블을 옮겨 앨범을 내놓고 있다. 연기와 음악에 대해 “연기는 내가 하고 있어도 내가 아니다. 거짓의 세계다. 반면 음악은 리얼리티다. 지금의 내 모습을 보여주는 거”라며 자못 심각한 말을 하면서도 곧이어 “내가 바보라서(웃음) 이상한 소리를 자주한다”며 독특한 취미들을 소개한다. “사진보다는 카메라가 좋다. 기계를 좋아하는 것 같고, 물건을 모으는 걸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카메라도 17대 갖고 있고, 아동용 신발이랑 양복도 수집한다.” 잡았던 폼을 놓아버린 다마키 히로시의 품에선 숨겨놓은 엉뚱함들이 무수히 쏟아진다. 어쩌면 그의 인기 비결은 단순히 멋진 모습보다 의외의 엉뚱함이 아닐까. 다마키 히로시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사디즘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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