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평탄한 극의 진행, 범상한 마지막 반전 <퍼펙트 스트레인저>
2007-08-29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할리 베리와 브루스 윌리스가 주는 기대감, 그러나 범상함

민완 기자 로위나(할리 베리)는 유년 시절의 단짝 친구가 살해됐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사건이 친구의 전 애인이던 광고회사 사장 해리슨 힐(브루스 윌리스)과 관계가 있다고 직감한 로위나는 해리슨 힐의 회사에 인턴사원으로 위장 취업하여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려고 한다. 로위나의 계획대로 바람둥이로 소문난 해리슨이 마침내 아름다운 그녀에게 접근하지만, 로위나가 사건을 파헤칠수록 해리슨 역시 그녀를 의심하게 된다. <퍼펙트 스트레인저>는 2003년 <컨피던스> 이후 제임스 폴리가 오랜만에 내놓은 영화다. 제임스 폴리는 자기가 가장 잘해온 장르인 스릴러의 영역 바깥으로 벗어나지 않고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안타까운 건 한번 하향세를 걷기 시작한 그의 스릴러 장르 세공술이 예전의 기량을 되찾을 전망을 이번에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80년대와 90년대 초반 제임스 폴리 영화의 힘은 의문과 수수께끼라는 장르적 관계로 묶인 사람들을 다루되, 그 계통의 규칙과 공식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도리어 욕망과 허상이 우울하게 뒤엉켜 있는 기이한 인간 밑바닥의 드라마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퍼펙트 스트레인저>에는 그런 면모 대신 평탄한 극의 진행과 다소 범상한 마지막 반전의 장치가 더 중요하게 다뤄진다. 한편 제임스 폴리의 영화는 캐릭터와 그걸 연기하는 배우 사이의 밀접한 조화가 매우 중요한데, 여기서 할리 베리와 브루스 윌리스의 연기는 <폐쇄구역>(1986)의 숀 펜과 크리스토퍼 워컨, <글렌게리 글렌로즈>(1992)의 잭 레먼과 알 파치노에 비교할 때 다소 목석같다는 점이 덧붙여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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