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나문희 주연의 납치소동극, <권순분여사 납치사건> 첫 공개
2007-08-27
글 : 강병진
온라인 프리뷰/ <권순분여사 납치사건>

일시 2007년 8월 27일 오후 2시
장소 서울극장 2관

이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 <광복절 특사>를 연출한 김상진 감독의 신작. 어리버리 3인조 일당은 돈이 필요하다. 도범(강성진)은 감옥에 있는 아내의 보석금을 마련해야 하고, 근영(유해진)은 어머니의 새이빨을 마련하려던 돈을 원정결혼사기단에 걸려 날려버린다. 도범의 처남인 종만(유건)은 여차저차 하다보니 그들과 어울린다. 이들이 목표로 삼은 이는 "하루 판매량 3천그릇, 월 매출액 7억5천만원"을 벌어들이는 국밥집의 대모 권순분 여사. 하지만 어렵사리 납치한 권여사는 두려움에 떨기는 커녕, 이 가련한 젊은이들을 달래고 호통치고 구박하기에 바쁘다. 게다가 몸값을 협상하려던 이들은 귀찮고 바쁘다는 핑계로 책임을 미루는 권여사의 자식들에게 아연실색한다. 한평생 국밥으로 자식들을 건사했던 권여사로서는 배신감에 치를 떠는 게 당연한 일. 3인조가 요구한 5천만원의 몸값을 500억으로 불린 그녀는 직접 시나리오를 짜고 자식들과 경찰, 언론을 상대로 대규모 납치사기극을 꾸민다. 9월 13일 개봉

말X3

"황정민씨가 <너는 내 운명>에서 잘 차려진 밥상에 젓가락만 들었다고 말했는데, 나는 잘 차려진 잔칫상에서 노래와 춤만 춘 것 같다” - 나문희

"문근영, 강도범같은 이름은 나 자신도 작위적이라고 생각했다. 기억에 남기 쉬운 이름을 생각하다 나온 것인데, 이름이 주는 웃음이 너무 커서 오히려 놀랐다. 특히 문근영(유해진 역할)에 이렇게 많이 웃을 줄 몰랐다. 앞으로 이름으로 웃기는 코미디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 김상진 감독

100자평

<이완 맥그리거의 인질> <베이비 데이 아웃> <에브리바디 페이머스> <잔혹한 출근> 등 어설픈 유괴범을 내세운 코미디들이 그래왔듯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도, 인질-납치범 사이의 권력 역전에서 웃음의 뇌관을 찾는다. ‘뒤바뀐 역할’이 자아내는 아이러니는 김상진 코미디의 오랜 모티브이지만 이 기획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상대가 누구든 따뜻한 끼니를 염려함으로써 그를 무장해제시키는 배우 나문희의 모성적 카리스마다.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은 인질과 납치범 사이의 긴장을 설정하는 데에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 초반부터 권여사의 주도권을 확실히 한다. 이후로 서투르고 순한 삼인조는 권순분 여사의 작전 아래 순조롭게 급전도 구하고 사랑도 찾는 수순을 밟아간다. 경찰의 추격전은 좀 낭비다 싶은 스펙터클까지 동원하며 영화 전편에 걸쳐 계속되지만 큰 긴장은 자아내지 못한다. 특히 현금 500억원의 기차 수송 시퀀스는 지나치게 길고 비효율적이라 클라이맥스에 힘을 실어주지 못한다.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은 다소 비현실적인 상황과 과장된 연기를 감수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조크로 즉각적 폭소를 터뜨리는 데에 집중한다. 그 결과 캐릭터들은 대부분 기능적이고, 음량 큰 고성과 쩌렁쩌렁한 음악이 자주 뒤엉키는 사운드는 종종 버겁다. 소동극 속에서도 페이스를 잃지 않은 배우 나문희, 유해진, 박준면이 돋보인다.
- 김혜리 <씨네21> 편집위원

<권순분여사 납치사건>은 김상진 감독의 전작들과 같은 맥락의 소재를 가져온다. 탈주범들이 다시 감옥으로 기어갔고, 사람이 귀신과 맞짱을 떴고, 주유소를 습격한 깡패들은 돈을 털어 도망가는 데 성공했던 것처럼 이 영화도 뒤집기를 시도한다. 납치된 인질이 자신의 몸값을 정하고, 계획을 짠다는 것.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인물들이 정치인, 경찰, 언론을 조롱하고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권순분여사 납치사건>은 전적으로 나문희의 기존 캐릭터에 기대어 있는 영화다. 납치범의 밥을 챙기는 한편, 납치극의 판을 짜는 권순분 여사는 <굿바이 솔로>의 미영할머니와 <거침없이 하이킥>의 모피문희를 합쳐놓은 듯 보인다. 그녀에 비하면 나머지 3인조 일당은 모자른 대사와 행동으로만 일관하는 심심한 인물들이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건전한 관계에 대한 주제는 이해할 수 있지만 웃음까지 와닿기에는 무리가 있다.
- 강병진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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