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사랑, 그 하나를 위하여
2007-09-04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글 : 최하나
이한 감독의 <내 사랑> 촬영현장

다리를 꼬고 새침한 듯 책에 시선을 고정시킨 아가씨, 눈을 굳게 닫고 단잠에 빠진 청년, 등산 배낭을 품에 꼭 끌어안은 아저씨. 여느 때와 다름없이 각양각색의 일상이 나른하게 교차하는 지하철 안. 한데 출입문 하나를 앞에 두고 색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아, 예쁘다~.” 유리창에 색색의 셀로판지 조각들을 꾹꾹 눌러붙이는 데 열중하던 최강희가 “완성!” 작은 환호와 함께 손뼉을 치며 깡충깡충 뛰어오르자, 옆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던 감우성은 아이 같은 모습이 마냥 사랑스럽다는 표정이다. 2호선 차량들이 한데 모이는 지하철 기지창에 마련된 <내 사랑>의 촬영현장. 텅 빈 선로 위에 객차가 덜렁 놓인 모습이 다소 황량하지만, 셀로판지 조각들이 스테인드글라스처럼 채색된 빛을 떨어뜨리는 이곳 객실만큼은 자못 경쾌한 공기가 감돈다.

<내 사랑>은 총 다섯 커플의 사연들이 겹치고 교차하며 전개되는 사랑 이야기다. 지하철 기관사와 엉뚱한 여친으로 짝을 이룬 감우성과 최강희 외에도 대학생 선후배 정일우와 이연희, 프리허그 운동가 엄태웅, 광고회사 선후배 류승룡과 임정은, 8살배기 짝꿍 서신애와 박창익이 함께 사랑의 모자이크를 완성하게 된다. 이날 촬영장면은 연인 주원(최강희)을 떠나보낸 기관사 세진(감우성)이 행복했던 한때를 회상하는 장면. <연애소설> <청춘만화>에 이어 다시 한번 사랑 이야기를 꺼내든 이한 감독은 “인생을 통틀어 누군가를 좋아했던 순간이 가장 행복했다. 내겐 다른 무엇보다도 사랑이 재미있다”고 연출 동기를 밝혔다. 여러 커플들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형식에서 <러브 액츄얼리>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등의 영화가 떠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감독은 “이전에 나온 영화들과의 차별성에서 아무래도 고민을 했었다”며 “<내 사랑>은 정말 순수하게 ‘사랑’ 하나에 초점을 맞추는 이야기이고, 어떻게 보면 신파라 할 수 있을 만큼 감정을 깊이 파고드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작되는 사랑의 설렘, 지나간 사랑의 상처, 꿈꾸는 사랑의 간절함 등 사랑이 빚어내는 다양한 감정의 선율을 연주할 <내 사랑>은 10월 중순경 촬영을 마치고,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극장가를 찾을 예정이다.

“워킹 타이틀 같은 작품 만드는 게 꿈”

백경숙 PD

“내가 또 이 짓을 하다니…. (웃음)” <좋지 아니한가>에 이어 <내 사랑>에 뛰어든 백경숙 PD는 자칭(?) “옴니버스 전문 PD”가 돼버렸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만 해도 이야기가 좋다는 생각만 했지 많은 배우들이 나온다는 생각을 못했었다”며 웃음 섞인 탄식을 내뱉지만 “개인적으로 워킹 타이틀 영화 같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 꿈”인 그에게 <내 사랑>은 놓칠 수 없는 작품이었다. 21살 새파란 청춘에 “영화 안 해볼래?” 우연처럼 던진 제안을 덥석 받아물고 “아무것도 모른 채 영화판에 뛰어들었다”는 그는 영화에 바친 13년 세월 동안 안 해본 것이 거의 없다. 스크립터로 시작해 연출부를 거치고, 기획실에 들어갔다가 외화 마케팅으로 방향을 틀고, 다시 제작에 빠지면서 2002년 마침내 <남자 태어나다>로 PD 입봉을 했다. “내가 상상한 걸 구체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PD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남들은 한 가지만 하라고 말하는데 기획, 현장, 마케팅 다 관여하는 것도 그 과정이 너무나 재밌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사랑하고, 2년여 전 단편소설로 등단을 하기도 했다는 백경숙 PD의 장기적인 목표는 작가가 되는 것이다. 아, 그전에 단기적인 목표 하나. 올 12월에 “아직은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조감독과 웨딩마치를 올릴 예정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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