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과하지 않게 눈물샘 자극 <마이파더>
2007-09-05
글 : 장미
과하지 않게 눈물샘을 자극하는 부성애 영화

가족이란, 혈육이란 과연 무엇일까. <마이파더>는 지난 5월 개봉한 장진 감독의 <아들>, 개봉 준비 중인 <귀휴>와 같이 부모와 자식, 더 좁게는 아버지와 자식의 관계에 의문을 던지는 영화다. 자상한 양부모 아래 구김없이 자랐지만 입양아인 제임스 파커(대니얼 헤니)는 여전히 친부모를 찾고 싶어한다. 주한미군 신분으로 한국을 방문한 파커는 부대 내에서 한방을 쓰는 카투사 신요셉(김인권)의 도움을 받아 TV 아침 프로그램에 출연해 부모의 행방을 수소문한다. 그리고 마침내 친부임을 자처하는 황남철(김영철)과 만나지만 놀랍게도 그는 살인을 저지른 죄로 감옥에 갇힌 사형수다. 파커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아버지를 안타까워하며 자주 감옥으로 걸음하고, 제대로 된 추억조차 없었던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조금씩 정이 싹튼다.

옥살이하는 남자 혹은 절절한 부성애를 그린다는 점에서 <아들> <귀휴>와 궤를 함께하지만 <마이파더>는 KBS 일요스페셜 <나의 아버지>에 방영된 입양아 애런 베이츠 이야기, 즉 실화를 토대로 한다는 점에서 다른 영화들과 구분된다. 무엇보다 과도하게 감정을 이입하기보다 파커의 심경을 비교적 담담하게 묘사하려 한다는 것이 이 영화가 지닌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아들>이 15년 만의 재회로 애달파하는 아버지 이강식(차승원)의 속내를 내레이션을 이용해 직접 토로했다면, 이 작품은 22년 만에 찾은 황남철을 어색해하거나 그의 진심을 저울질하는 파커를 얼마간 침묵게 하는 절제의 미덕을 발휘한다. 입양아라는 소재를 취하고 과도한 자만심의 미군을 신요셉, 그리고 파커와 대립시켜 미국인과 한국인의 껄끄러운 입장 차이, 특히 2002년 효순·미선 사건으로 반미운동이 열렬했던 상황을 반추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언뜻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것 같았던 그 장면은 결국 미국과 한국, 어디에도 쉽사리 소속되지 못하는 파커의 입장을 드러내는 듯 보인다.

한국계 입양아인 불법 택시운전사를 담은 단편 <미라클 마일>로 칸영화제에 초청된 황동혁 감독의 장편 데뷔작. 고모가 입양아였다는 감독의 개인사나 비슷한 소재로 단편을 연출한 경험이 작품의 균형 감각을 유지하는 데 일조하지 않았을까. 대니엘 헤니는 스크린 데뷔작 <Mr. 로빈 꼬시기> 등 전작들에서 선보인 ‘로맨틱 가이’를 벗고 적정한 연기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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