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일류 게이샤의 유곽탈출 비법 <사쿠란>
2007-09-05
글 : 이창우 (영화평론가)
어느 일류 게이샤의 유곽탈출 비법

‘사쿠란’은 우리말로 착란이다. 시각과 청각에 ‘감각의 폭격’을 퍼부어 관객을 착란케 하는 한편, 뒤에 남은 미묘하고 쓰디쓴 공허함을 맛보게 하는 것은 현대 예술의 익숙한 미학이다. 하지만 니나가와 미카의 <사쿠란>은 이런 시청각적 화려함 뒤에 공허함을 넘어서는 다른 것을 병치시켰다. 몸을 파는 키요하(쓰치야 안나)는 70년대 한국 호스티스 멜로물의 여주인공과는 사뭇 다르다. 그녀는 억압을 ‘내면화’하기보다는 억압으로부터 ‘인생을 배운다’. <사쿠란>에서 매혹적이고 치명적인 것은 그녀가 아니라 그녀의 남자 고객들이다. 키요하는 유곽인 요시와라로 팔려오던 여덟살 때부터 “망아지 같은” 성격이었다. 탈출할 때마다 매번 수행원 세이지에게 붙잡히던 그녀는, ‘담임 게이샤’인 쇼히의 설득에 넘어가 최고의 게이샤가 되기로 결심한다. 열일곱이 되어 데뷔하자 그녀는 당당한 자세와 요염한 자태로 뭇 남자들을 휘어잡는다. 눈부시고도 험난한 그녀의 일대기가 이어진다. 순수하게 생긴 고객 소우지와의 연애와 배신, 그녀를 질시하여 음모를 꾸미는 동료들, 최고의 게이샤로의 등극 그리고 마침내 청혼받기 등….

원색 위주의 미술은 감독이 사진작가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그녀가 연인의 배신으로 흐느끼는 빗속장면은 삽입된 흑백필름처럼 보일 정도다. <불량공주 모모코>에서 여성 폭주족 이치고 역을 맡았던 쓰치야 안나는 키요하 역을 거의 완벽하게 소화했다. 경쾌하고 빠른 편집, 서구 음악, 코믹한 몸짓 등이 에도시대의 정밀하게 고증된 풍속도 안에서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원작 만화를 그린 안노 모요코는 현대 여성의 일과 연애를 설득력있게 묘사한 <해피매니아>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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