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한국영화박물관 전시품 기증 릴레이 3] <집없는 천사> 시나리오
2007-09-10
글 : 모은영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

<씨네21>은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내년 5월 영상자료원 내에 문을 열 한국영화박물관을 위해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며 전시품 기증 캠페인을 벌입니다. 세 번째 기증품은 시나리오작가 니시가메 모토사다의 미망인이 기증한 <집없는 천사>의 원본 시나리오입니다.

수년의 노력 끝에 2004년 중국에서 발굴, 수집된 최인규 감독의 1941년작 <집없는 천사>는 식민지 시기 잃어버린 한국 영화사의 복원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영화는 향린원을 세운 방수원 목사의 실화를 다룬 것으로, 아이들이 일장기 앞에서 황국신민서사를 외우는 마지막 장면은 식민지현실과 타협한 흔적이다. <집없는 천사>는 2005년 야마가타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공식 초청되었는데, 그곳에서 영상자료원팀은 뜻밖에도 시나리오작가 니시가메 모토사다의 미망인 니시키 유리코 여사와 딸을 만났다. 남편의 영화를 보기 위해 요코하마에서 야마가타까지 찾아온 노년의 미망인 품에는 <집없는 천사> 시나리오 한권이 소중히 안겨 있었다. 시나리오는 지문과 대사가 위에는 일어, 아래는 한글로 동시에 쓰여 있는, 지금까지 소개된 적 없는 귀중한 자료였다. 조선어 대사는 시인 임화가 번역했다 한다. 영상자료원 직원들의 설레는 마음을 알았던 것일까. 니시키 유리코 여사는 그 자리에서 선뜻 시나리오를 기증키로 했다. 원본을 복사해 복사본은 부인이 간직하고 원본은 자료원에 기증되었다. 함께 적힌 한글과 일어가 식민지기 한국영화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 자료는 다른 발굴, 복원된 자료들과 함께 영화박물관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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