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분여사 납치사건>은 1인자인 권순분 여사와 세 납치범들의 무한도전극이다. 정치인, 언론, 경찰 등 막강세력이 한데 뒤섞이지만, 권순분 여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2인자는 그녀를 비서처럼 따라다니는 미애뿐이다. 극중에서 유일하게 권순분 여사에게 투정을 부릴 수 있는 인물인 그녀는 안타깝게도 “전화번호는 자기 것만 기억하고 구구단은 5단까지밖에 못 외울 정도로” 숫자에 약한 여자이기도 하다. 이전 작품에서 모두 긴 생머리를 가진 비련의 여자를 연기했던 윤주련은 생머리를 볶고 묶어서 “머리통이 3개인 것 같은” 헤어스타일로 모자란 듯하면서도 귀여운 미애를 완성했다. “감독이 직접 미애의 헤어스타일을 그림으로 그리시더라고요. 저는 그냥 낙서인 줄로만 알았죠. (웃음) 하지만 예전에는 저 스스로도 청순한 게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개성적인 캐릭터가 더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권순분여사 납치사건>의 미애를 보고 윤주련의 전작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윤수에게 처음으로 행복을 가르쳐준, 그러나 윤수가 저지른 악행의 근원인 여인이 그녀였다면 기억할 수 있을까? “그때까지도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죠. 촬영장에 있었던 시간이 그냥 정신없이 지나갔어요.” 사실 이전에 연기했던 인물들이 대부분 정신없이 지나가는 역할이었지만, 데뷔만큼은 그녀도 시끌벅적했다. 지난 2002년, MBC ‘목표달성 토요일’ 애정만세 2기의 히로인으로 출연한 윤주련은 환희, 브라이언, 비 등 여러 남성스타들의 구애를 받았던 탓에 안티팬카페 회원만 17만명을 결집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의 비난은 오히려 그녀가 가진 연예계에 대한 동경을 일깨웠다. “욕도 많이 먹었지만, 사람들에게 시선을 받는 즐거움이 있었어요. 많은 사람들한테 나쁜 소리를 듣는 것도 신기했던 거죠. (웃음)” 어느 덧 데뷔 5년차를 맞았지만, 그녀는 아직도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힘든 때란다. “우선은 무작정 열심히 해봐야 저도 목표가 생길 것 같아요. 죽을 때까지 연기를 해서 국민배우로 거듭나야겠다는 식의 거창한 꿈은 무서워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