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스폿 인터뷰] “나에게 언제나 1순위는 음악”
2007-09-17
글·사진 : 강병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에 출연한 그룹 크래쉬의 보컬·베이스 안흥찬

직장인 밴드의 애환과 꿈을 그린 영화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의외의 멤버를 숨기고 있다. 극중 박승재 과장(박준규)이 활동하는 밴드의 일원으로 헤비메탈 그룹 크래쉬에서 보컬 겸 베이스를 맡고 있는 안흥찬을 카메오로 출연시킨 것. 그는 1994년 서태지와 아이들이 발표한 <교실이데아>의 코러스를 맡았던 주인공으로 더 많이 기억되는 가수다. 영화 출연은 1996년 <귀천도>의 클럽신에서 밴드로 등장한 이후 10년 만이라고. 그는 이번 영화에서 카메오 출연 이외에도 <브라보 투 마이 라이프>라는 제목의 영화음악을 제공하기도 했다. 차기 앨범 작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낸 그는 “영화에 출연한 사람으로서 최소한 내가 할 일은 해야 할 것 같아서 나왔다”고 말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영화에 참여한 김용성 조명감독과 평소 친한 사이였다. 올해 초에 직장인 밴드를 다룬 영화를 작업한다며 몇 가지 조언을 구해오더니, 나중에는 나와달라고 하더라. (웃음) 잠깐 출연했지만, 음악과 다른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기회만 해도 좋을 것 같다.

-크래쉬는 1991년부터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예전에 함께 했던 동료들 중에는 영화 속 아저씨들처럼 음악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사람도 많을 것 같은데.
=많이 있다. 실제 그 친구들도 직장을 다니면서 따로 직장인 밴드를 결성해서 활동한다. 하지만 나한테 보여주기 창피하다는 이유로 공연 소식은 절대 알리지 않더라. (웃음) 사실 어렸을 때는 그 친구들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나도 나이가 들었는지 이번 영화 시나리오를 보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10년 넘게 크래쉬를 지켜온 골수팬들도 자신들이 한때 가졌던 젊음과 열정을 크래쉬가 대신 지켜주기를 바랄 것 같다.
=그런 것도 있다. 같이 나이를 먹으면서 서로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다보니 이제는 그들을 팬이 아닌 친구로 대할 수 있게 됐다. 클럽에서 공연할 때는 멘트도 그냥 반말로 하곤 한다. “어, 오늘은 퇴근 일찍 했나보네?” 이러면서…. (웃음) 사실상 크래쉬의 또 다른 멤버들이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크래쉬는 아직까지도 <교실이데아>의 코러스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2000년도 초반까지만 해도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게 지겨웠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 밴드의 역사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때 이후로 크래쉬의 색깔을 많이 바꾸려고 노력했다. 우리 음악이 서태지와 아이들과 비슷한 게 많으면 우리 스스로를 깎아먹는 게 아닐까 싶더라. 덕분에 계속 언더그라운드에서 살고 있는 중이지만. (웃음)

-헤비메탈 그룹의 멤버로 15년을 살았다. 그 시간 동안 본인이 가지고 있던 음악에 대한 생각도 바뀌지 않았을까.
=음악을 대하는 마음이나 열정은 다른 게 없다. 언제나 1순위는 음악이고, 2순위는 기타들이고 3순위는 밴드 멤버다. 아내가 있지만 그 친구한테도 “음악하고 너랑 비교하려 하지 마라. 그건 초딩 애들이나 할 수 있는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대놓고 말한다. (웃음) 다만 세상을 보는 관점이 변하면서 이제는 좋고 싫은 기색을 마음대로 표현하지 못하겠더라. 이제는 나도 그런 노하우를 지닌 나이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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