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영화 속에 강같은 사랑 넘치네
2007-09-26
글 : 최하나
제5회 서울기독교영화제, 10월1일부터 5일까지

서울기독교영화제(SCFF)가 10월1일(월)부터 5일(금)까지 하이퍼텍 나다, 동숭교회, 대학로 문화공간 엘림홀에서 열린다. 2003년 ‘기독교, 영화를 만나다’라는 기치 아래 탄생해 올해로 5회를 맞이한 SCFF의 슬로건은 “보시니, 참 좋았다”로, 현실의 어려움 속에서도 세상을 향한 긍정의 시선을 발견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 ‘기독교영화제’라는 이름으로 인해 거리감이나 위화감을 미리 앞세울 필요는 없다. 영화제의 목적을 선교 등의 종교적인 영역에 국한시키지 않겠다는 본연의 취지는 올해에도 여전하다. 사랑과 나눔이라는 기독교의 근본 정신 아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들이 마련됐다.

<어메이징 그레이스>

개막작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18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노예무역 폐지에 앞장섰던 정치인 윌리엄 윌버포스의 생애를 그리는 작품이다. 당시 아프리카 노예의 노동력을 발판 삼아 경제를 유지하던 영국에는 국익을 이유로 노예무역의 비인간성에 눈을 감는 이들이 다수였다. 비웃음과 핍박 속에서 평생을 투쟁해 세상을 떠나기 직전 노예무역폐지법안을 통과시킨 월버포스의 삶이 마이클 앱티드 감독(<넬> <007 언리미티드>)의 손을 타고 섬세하게 그려진다. 폐막작으로 선정된 것은 지난해 SCFF 사전제작지원작인 이도윤 감독의 <이웃>. 홀로 식당일을 하며 어렵게 살아가는 정애와 유괴로 아이를 잃고 이혼한 뒤 교회에 몸을 담은 연순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펼쳐간다. 한국 기독교 공동체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 미묘한 감정의 굴곡을 잡아내는 연출력이 돋보인다.

‘꿈, 창조질서의 재구성’이라는 타이틀 아래 준비된 장편영화 섹션에는 총 9편의 작품이 포진해 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SCFF를 통해 국내 최초로 상영되는 <세컨드 찬스>와 <선 오브 맨>. <세컨드 찬스>는 미국의 슬럼가와 부촌을 배경으로, 서로 상반된 교구에서 활동하던 두 목사가 화합해가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신앙의 의미를 묻는 작품이다. 예수의 탄생부터 죽음까지의 과정을 현대 남아프리카에 접목해 살펴보는 <선 오브 맨>은 지난해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상에 노미네이트된 바 있다. 기독교적인 주제를 담고 있는 두 작품 외에도 로버트 알트먼의 유작 <프레리 홈 컴패니언>, 알랭 레네의 <마음> 등 영화 거장들의 작품도 관객을 찾아갈 예정이다.

영화제 1회부터 매년 지속되어온 애니메이션 섹션은 가족 단위 관객에게 특히 반가운 작품들을 준비하고 있다. 섹션1은 캐나다의 대표적인 애니메이터 게일 토마스 작가전으로 총 9편의 대표작을 상영한다. <소년과 흰 기러기> <불사조> 등 날카로운 선 위에 따뜻한 파스텔 색감을 입혀 자연과 인간의 합일을 노래하는 아름다운 영상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섹션2에는 이색적이고 실험적인 기법이 돋보이는 애니 7편이 마련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다양한 모양의 블록들의 다툼을 통해 인간사회의 차별에 일침을 가하는 <발라블록>은 73년 칸영화제 단편부문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애니메이션의 고전이다. 바퀴벌레들의 소우주를 그린 <쥬크바>, 종이인형의 성장을 동화적으로 표현한 <상자> 등 그 밖에도 어른과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작품들이 마련되어 있다.

영화제의 유일한 경쟁부문인 단편경쟁 섹션에는 예심을 통과한 작품 21편이 올랐다. <편지> <산책>을 연출했던 이정국 감독의 단편 <귤 귀신>을 비롯해 <만남>(홍성훈), <준비된 인생>(강원석), <동사무소 가는 길>(서민수), <도시비둘기>(김세연) 등이 주목할 만하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초대 집행위원장인 배혜화, 영화감독 문승욱, 영화사 진진 대표 김난숙, 영화평론가 강진구 네명의 심사위원을 통해 가려진 수상작들은 10월5일 폐막식에서 상영된다. 일반단편영화와 기독교단편영화 각 1편씩 선정해 1천만원의 제작비를 지원하는 2007 사전제작지원부문에는 기독교단편영화 수상작 없이 일반단편영화 <선수가 되고 싶으세요?>가 선정됐다. 방송외주제작사 신입 PD를 주인공으로, 한국 방송시스템의 폐단을 꼬집는 <선수가 되고 싶으세요?>는 <밀양>의 조감독을 맡았던 정승구 감독의 연출작으로 내년 SCFF를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영화제 홈페이지(www.sc-ff.org)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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