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지켜라!>의 유인원 출현장면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한 장면에서 따온 거다. 장준환 감독이 스탠리 큐브릭을 너무 좋아해서 만들어넣은 오마주이다 보니 영화에서는 잠깐 등장하는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공을 쏟았다. 신하균이 직접 연기하겠다고 나섰고, 변산반도에서 2박3일 로케이션을 했으며, 유인원 분장을 위해 무려 2천만원을 들였다. 인조가죽 소재의 유인원 분장은 신하균의 얼굴 치수까지 다 재서 만든 그야말로 ‘특수’ 분장이다. 눈 부위를 파서 신하균의 눈빛이 고스란히 나와야 한다고 해서 더 정성을 들였다. 지금 보면 뼛조각 내리치는 간단한 연기지만, 당시 감독과 배우 두 사람의 표정은 진지하기만 하다. 진지함으로 치면 장 감독이 우주선 안에서 실은 안드로메다 왕자인 백윤식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못지않다. 하긴 유인원이나 외계인과 통하려면 이 정도 진지함은 기본 아니겠나.”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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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명아/스틸 작가·글 유순미(유쾌한 확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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