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부의 시골 농장. 농사일밖에 모르는 무심한 남편에게 아내는 그저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궁상맞은 여자일 뿐이다. 둘 사이에는 부부로서의 최소한의 애정어린 소통은커녕 서로에 대한 지겨움만 남아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었다! 남자는 당연히 슬퍼하지 않고 걱정한다. 누가, 이 집안일을 대신해줄 것인가? 그는 죽은 아내를 대신할 여자, 정확히 말하자면 하녀를 물색하고, 결혼상담소를 통해 새로운 여자를 찾아 루마니아로 향한다.
<미남이시네요!>는 언뜻 <나의 결혼원정기>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똑같은 결혼원정기라도 후자가 국내에서는 결혼의 기회조차 봉쇄된 농촌 총각들의 절실한 원정기라면, <미남이시네요!>의 주인공 에매(미셸 블랑)는 상대적으로 행복한 축에 속한다. 일꾼처럼 부리던 아내는 결혼생활에 진력이 날 때쯤 조용히 사라져주고, 새로운 일꾼을 구한다는 핑계로 더 젊고 예쁜 여인을 얻었으니 말이다. 물론 영화는 이 남자의 소심하고 어설픈 성격을 부각하며 여자에 대한 그의 거친 태도를 순수함의 소산이라고 여기게끔 한다. 그래서 그는 모든 중년 남자들의 판타지를 대변하는 캐릭터이면서도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남자로 그려진다. 특히 유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이기적인 중년 남자가 마침내 어른-남자로서의 사랑에 눈 뜰 때, 그리고 사랑에 따르는 희생을 기꺼이 받아들일 때, 그의 내면에 차갑게 반응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처음에는 보잘것없이 고집만 센 남자로만 보였지만, 영화가 끝나는 순간 이 동일한 남자는 그 누구보다도 매력적인 중년 남자로 빛을 뿜어내고 있다. 이 신기한 경험은 전적으로 에매를 연기한 미셸 블랑 덕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에 흠이 없는 건 아니다. 프랑스 남자에게 구애하는 루마니아 여자들을 허영심 가득한 부류로 희화화하거나, 루마니아를 절대 빈곤과 등치시키는 영화의 시선은 불편하다. 뿐만 아니라, 에매의 캐릭터나 행동이 설득력있게 제시되는데 반해 엘레나의 그것들은 때때로 성의없이 피상적이고 모호하게 넘어가서 그녀의 입장에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 시끌벅적한 시골 마을의 주변 인물들도 개성을 발휘하지 못한다. 현실적인 조건으로만 본다면, 딸과 헤어져 가난한 이방인으로 살아야 했던 엘레나야말로 가장 절박한 자이지만, 영화는 중년 남자의 고독과 내면의 변화에 더 사려 깊은 무게를 둔다. 왜냐하면 영화에서 사랑을 통해 시련을 겪고 ‘성장’하는 자는 에매이고 엘레나는 그 성장의 혜택을 입는 자일 따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