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세 가지 색깔, 세개의 세계 <숏숏숏>
2007-09-19
글 : 남다은 (영화평론가)
세명의 감독, 세 가지 색깔, 세개의 세계

2007 전주국제영화제가 세명의 감독을 선정하여 지원한 ‘숏숏숏’은 디지털 단편제작지원 프로젝트다. 영화제 동안 첫 상영의 기회를 가졌던 세편의 단편영화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폴라로이드 작동법> <낙원> 등으로 알려진 김종관 감독, <장마>의 함경록 감독, <인간적으로 정이 안가는 인간>의 손원평 감독이 참여했다. 섬세한 화법으로 긴장을 쌓아올려서 단편만의 리듬과 집중력을 선보이던 김종관 감독은 <기다린다>에서도 어김없이 그 실력을 발휘한다. 그는 언뜻 보면 매우 평범한 상황에서 매우 낯선 순간들을 발견해내며 그 순간에 맞닥뜨린 인물들의 표정과 행동, 심리를 면밀히 관찰한다. 우연한 만남에서 유머러스한 순간으로, 갑작스러운 긴장과 폭력과 공포의 순간으로 예기치 않게 변해가는 상황은 인물들에게 밀착하여 흔들리는 카메라를 통해 스크린 밖으로 전달된다. 배경음악과 인물들의 반복되는 대사, 누군가의 충동적인 반응과 누군가의 머뭇거리는 행위의 순간이 절묘하게 엇갈리며 독특한 템포를 만들어낸다. 처음에는 피식 웃음이 나지만, 그 사소한 웃음이 날카로운 유리로 되돌아와 느슨해진 마음을 찌른다. 타인에 대한 관용과 무관심과 폭력 사이의 그 가까운 거리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다.

한편 함경록 감독의 <미필적 고의>는 도움을 요청하는 옛 친구의 편지를 받고 ‘그’의 집에 도착한 남자에게서 시작하지만, 사건을 해결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지 않다. 다층적인 이야기가 뒤섞이고 현실과 기억이 공존하며, 감독의 말대로 “1인칭과 3인칭의 혼돈”이 일어난다. 남자의 내레이션은 줄곧 무언가를 말하고 있으나, 그의 언어와 그가 보고 있는 세계는 쉽게 이어지지 않는다. 마치 어두운 기억의 터널을 지나듯 끝까지 모호하고 실험적인 영화다.

마지막으로 손원평 감독의 <너의 의미>는 두 남녀 각각의 반복적인 일상을 서로 대화하는 듯한 이들의 내레이션과 함께 펼쳐낸다. 말하자면 영화는 이들의 모습을 평행하는 두개의 삶으로 나란히 두고 이들에게서 공통의 화두를 꺼내어 대화를 유도한다. 서로 다른 목소리로 같은 노래를 부르는 듯이. 그러나 사실, 서로를 모르는 그와 그녀의 ‘대화’로 보이는 ‘독백’은 일기처럼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메아리에 가깝다. 실연의 상처, 꿈의 상실, 메마른 일상에 대한 고백이 천천히 진행되다가 결국 도달하는 지점, 혹은 이러한 고백이 진정 열망하는 것은 ‘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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