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 <노는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를 원작으로, 장진이 각본을 쓰고 <박수칠 때 떠나라>에서 조감독을 한 라희찬이 연출을 맡은 <바르게 살자>는 장진영화 특유의 '썰렁한 듯 하면서도 꽤 참신한' 유머와 풍자가 담긴 영화이다. 그러나 유머와 풍자 모두 <박수칠 때 떠나라>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일단 시나리오가 그리 탄탄하지 못하다. 서장의 캐릭터와 욕망은 매끈하게 정돈되지 못하였고, 주인공의 캐릭터도 디테일이 부족하다. 유머가 민첩하지 못하고 중언부언하기도 하며, 풍자는 딱히 표적이 없다. 사건의 진행 역시 호흡이 많이 달린다. 연극 같은 재미는 전반까지 유효할 뿐, 중반 이후로는 이게 도대체 어떻게 끝나려는지 기대보다는 막연함이 앞선다. <인사이드 맨>이 많이 연상되는 결말(탈출방법과 전리품)은 그럭저럭 선방으로 볼 수 있지만, 아무래도 쌈박한 코미디를 보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황진미/영화평론가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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