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은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내년 5월 영상자료원 내에 문을 열 한국영화박물관을 위해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며 전시품 기증 캠페인을 벌입니다. 다섯 번째 기증품은 김호길 소품감독이 영화박물관을 위해 재현한 <만다라>의 목불상입니다.
속세의 번뇌를 끊지 못한 젊은 승려 법운과 길 위에서 깨달음을 얻고자 했던 ‘땡중’ 지산. 흑백영화를 연상시키는 모노톤의 화면과 유려한 촬영 속에 구도의 길을 찾아가는 두 사람의 여정을 그린 1981년작 <만다라>는 임권택 감독의 대표작이자 이후 계속될 임권택 세계의 시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투박한 모양새가 슬프게 보였던 영화 속 목불상은 깨달음을 위해 속세로 뛰어들었건만 ‘병 속의 새’를 꺼낼 수 없었던 지산과 법운일 터, 김호길 소품감독은 그것이 구도를 좇던 주인공, 그리고 영화와도 닮아 있다 말한다. “영화에 어른 주먹만한 불상이 나오잖아. 처음부터 그 크기였으면 얼마나 좋아. 무조건 큰 걸로 구해오라는 거야. 지름이 한 30cm 정도 됐을까, 그때 돈으로 50만원이 넘었어. 어렵게 큰 놈을 구해왔지. 그런데 그걸 영화에 그대로 쓸 수는 없잖아. 촬영 내내 임 감독도 지나가다 한번 깎고, 정일성 기사도 지나가다 깎고, 나도 깎고…. 촬영이 끝날 때쯤엔 딱 그만한 놈이 된 거야. 그렇게 때를 기다린 거지…. ” 하지만 영화에 쓰였던 목불상은 현재는 남아 있지 않다. 소품창고에 닥친 세번의 화재로 다른 소품들과 함께 소실된 것. “세 번째쯤 되니깐 아예 마음이 편하더라고. 인연이 아니었던 거지. 그렇게 흘려보낼 건 흘려보내게 되더라고. 그래도 목불상은 꼭 다시 만들고 싶어. 임 감독에게도 중요한 작품이지만 나한테도 의미있는 작품이거든.” 자체로 삼라만상의 덧없음과 질긴 연의 업보를 담은 듯한 목불상은 김호길 소품감독에 의해 영화 속 모습 그대로 재현돼 한국영화박물관에 전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