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물의 힘은 강하다. 다큐멘터리 감독 찰스 퍼거슨이 <뉴욕타임스>의 홈페이지에 게재한 10분짜리 영상물 <에디터에게 보내는 편지>가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퍼거슨 감독은 2007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끝이 안 보인다>(No End in Sight)에서 사담 후세인을 강제로 끌어내린 뒤 미국 정부가 저지른 실수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가 부각시킨 이슈 중 하나는 미국쪽이 후세인의 군대를 포함한 이라크 군인을 강제로 해산시키면서 직업을 잃은 군인 중 대부분이 지금 이라크에서 번지고 있는 폭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라크 군인의 해산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전 이라크 최고 행정관 L. 폴 브리머는, 그러나 9월6일자 <뉴욕타임스>에 ‘나는 어떻게 이라크 군인을 해체하지 않게 됐나’라는 칼럼을 보내 퍼거슨 감독의 견해를 맞받아쳤다. 칼럼의 주된 내용은 “그때 이미 조직화된 이라크 군인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고, “약탈이 거의 모든 군의 근거지를 파괴했”으며, “해당 조치는 미국 정부에 있는 수석 관료들이 철저하게 검증해 얻은 결과물”이라는 것.
이에 퍼거슨 감독은 <끝이 안 보인다>에서 사용하지 않은 인터뷰와 브리머의 기사가 나온 뒤 전화 통화로 취재한 내용으로 구성한 <에디터에게 보내는 편지>를 제작해 올렸다.
칼럼의 논지를 철저하게 분석한 이 영상물은 브리머가 말한 거의 모든 사안을 논리정연하게 반박하고 있다. 영화 전문 미디어 <시네마티컬>은 “이 영상물이 <끝이 안 보인다>처럼 조심스럽고, 이성적이며, 진지하고, 연극적인 기법의 마이클 무어와는 정반대의 톤을 유지”할 뿐 아니라 “영화가 얼마나 강력할 수 있는지 증명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퍼거슨은 단순히 브리머의 칼럼에 대응하는 글을 쓸 수도 있었다. 대신 그는 말과 영상의 힘을 조합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제 공은 브리머의 코트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