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10월 2일 오후 2시
장소 서울극장
이 영화
서까래에 목을 맨 채 죽은 한 궁녀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녀의 이름은 월령(서영희)이다. 여러 정황상 자살로 보이는 죽음이지만, 시체를 검시한 내의녀 천령(박진희)은 그녀가 살해됐다는 증거와 함께 궁 안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자칫 궁궐이 소란스러워 질 것을 예감한 감찰상궁은 월령의 죽음을 자살로 은폐하라고 명한다. 그러나 자신도 한때 궁녀였고, 몰래 아이를 낳아 버릴 수밖에 없던 상처를 겪었던 천령은 독자적으로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사건의 배후에는 궁녀들만의 음모, 질투와 함께 여러 인물들이 엮여있다. 죽은 월령과 한방을 썼던 말 못하는 궁녀 옥진(임정은)과 원자를 낳아 왕의 총애를 받은 후궁 희빈(윤세아), 월령의 죽음을 처음 발견한 정렬(전혜진) 그리고 천령과 아이를 배신한 한 남자. 하지만 조금씩 진범에게 다가가는 천령에게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위기가 다가오기 시작한다. 이준익 감독의 연출부 출신인 김미정 감독의 데뷔작. 10월 18일 개봉이다.
말X3
"한명도 모난 사람이 없었다. 갈등이 생길만한 남자배우가 없어서 그랬나. (웃음) 사랑스러운 여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한 작업이었다." - 박진희
“극중에서 중전에게 회초리를 맞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많이 아팠다. 그런데 스텝들은 상처가 진해질 수록 아프냐고 콕콕 찔러대며 놀리더라.”(웃음) - 윤세아
100자평
난점이 없지는 않다. 관습의 성정에 기댄 후반부 이야기와 때때로 무심하게 관리된 듯한 장면들이 그렇다. 하지만 호러와 스릴러 혹은 서양의 역사 추리물과 조선의 궁정 사극을 엮어 내놓은 '벤치마킹 합성 장르'로서 성과가 있다. <장미의 이름>을 필사하되 <대장금>의 친숙함을 상기시키고, 거기에 장희빈의 야사를 끼워 상상한다. 이것저것 섞고 모방했으나 밀도 있게 짜깁기한 끝에 흥미로운 영화다.
- 정한석 <씨네21> 기자
<궁녀>는 미스터리 스릴러의 긴장감보다는 제목 그대로 왕의 여자들의 비밀스런 생활을 엿보는 데 방점을 찍는다. 영화는 왕과 중전의 정사를 엿보는 궁녀의 모습을 비롯해 그들이 서로에게 가하는 끔찍한 형벌과 숨길 수 밖에 없는 욕망들을 그려낸다. 물론 여기에는 다소 과도한 부분도 있고 소홀한 부분도 있다. 끝까지 하드보일드 장르영화의 기운찬 느낌을 밀어부쳤다면 더욱 흥미로운 작품이 되었을 듯. 하지만 그럼에도 <궁녀>는 소재에 섬세한 접근을 한 흔적이 곳곳에 배어있고, 일관된 힘을 지니고 있다는 면에서 반가운 영화다.
- 강병진 <씨네21>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