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펑 샤오강] 남북정상회담을 보며 <집결호>를 떠올렸다
2007-10-04
글 : 주성철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개막작 <집결호> 펑 샤오강 감독

개막식보다 하루 앞선 10월3일 부산을 방문한 펑 샤오강 감독을 만났다. 12월20일 중국서 개봉하는 <집결호>는 ‘중국판 <태극기 휘날리며>’라는 소문과 함께 벌써부터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중국 관객들에게는 너무나 유명한 사건이라 해외에서의 반응이 무척 궁금하다는 그는, 첫번째 해외 공개인 이번 상영을 기다리며 영화 완성 이후 가장 긴장된 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소감이 어떤가?
=이미 개막작 <집결호>가 16분만에 매진됐다는 소식을 중국에서 들었다. 사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 궁금하다.(웃음) 개인적으로는 <집결호>가 중국 관객들에게는 꽤 익숙한 이야기인데 해외에서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해서 벌써 개막식이 기다려진다. 많은 사람들이 본다는 사실이 좋긴 하지만, 영화가 안 좋으면 그만큼 더 많은 사람들이 욕한다는 얘기이기 때문에 무척 긴장된다.

-앞서 <야연>이라는 무협 대작을 연출한 경험이 있는데, 현대물 <집결호>를 연출할 때와 비교하면 어떤가?
=<집결호>가 더 힘들었던 것 같다. 그것이 대작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전쟁영화’를 연출한다는 사실 자체가 무척 힘들었다. 게다가 과거 중국에서 만들어진 전쟁영화들은 하나같이 정부가 투자하고 정부를 대변하는 영화들이었는데, 이번에는 민영회사가 제작한다는 것 또한 이전과 달라 신경써야 할 점이 많았다. <태극기 휘날리며> 역시 촬영에만 9개월이 걸린 것으로 알고 있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스탭들이 참여했다 해서 큰 화제가 됐다.
=<태극기 휘날리며>가 영향을 준 것이 사실이고 실제 강제규 감독을 만나서도 많은 도움을 얻었다. 전쟁의 사실감을 생생하게 살리기 위해 무조건 그 스탭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결과 또한 만족스럽고 비록 언어적, 문화적 차이가 있는 스탭들이었지만 결국 ‘함께 영화하는 사람들끼리는 통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집결호>를 통해 말하고자 한 것은?
=전쟁이 얼마나 인간을 황폐하게 만드는 것인가를 보여주려 했다. 1948년을 배경으로 실제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이고 소설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소재다. 한 영웅이 시대를 잘못 만나 겪는 좌절을 그리려 했다. 또한 그것은 시대의 아픔에 관한 이야기다. 바로 며칠 전 TV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는 모습을 보고 기뻤다. 남한과 북한도 그런 시대의 아픔을 극복했으면 좋겠다.

-중국 역사 속에는 수많은 영웅들이 있다. 그들 중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인물이 있다면?
=하, 정말 많은 영웅들이 있다.(웃음) 굳이 그들 중 하나를 꼽으라면 <삼국지>의 조자룡이다. 무예가 출중하지만 겸손하고 충성심도 대단하다. 가장 됨됨이가 좋은 영웅이랄까. 하지만 <집결호>가 그리는 영웅은 정말 이름없는 영웅이다. 전쟁을 겪지 않았다면 아주 평범한 삶을 살았을 그런 사람이다.

-<야연>과 비교해 스타 캐스팅을 하지 않은 이유도 궁금하다.
=아무래도 스타 배우들과 함께 하면 스케줄 맞추기도 쉽지 않고 개런티도 많이 든다. <집결호> 같은 경우 촬영기간이 길고 힘든 장면들이 많아서 현실적으로 그런 캐스팅이 쉽지 않았다. 대신 제작비 천만 달러는 거의 대부분 순제작에 쓰였다고 보면 된다. 그래도 장한위나 덩 차오는 영화는 처음이지만 중국에서는 TV드라마로 주가가 높다. 특히 장한위는 성우 출신으로 중국에서 개봉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에서 대부분의 남자 주인공 목소리를 맡은 경험이 있다. 아, 그리고 장한위의 아내가 그러던데 그가 캐릭터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하루는 자다가 잠꼬대로 “전우를 찾아야 돼!”라고 했다더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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