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작고 사소한 것들의 소중함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2007-10-05
글 : 정재혁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天然コケッコ-
야마시타 노부히로 | 2007 | 121분 | 35mm | 일본 | 아시아 영화의 창

7명이 전교생인 학교, 초등부와 중등부가 한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 이 마을에는 모든 게 조용하고 온화하다. <후나기를 기다리며> <린다 린다 린다>로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은 신작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에서 작고 사소한 것들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소요(카호)는 오줌 싼 막내를 챙기려 수업이 끝난 뒤에도 기다리고, 급식 점심 메뉴는 학교 방송의 귀여운 멘트를 타고 공지된다. 방과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항상 전교생이 함께다.

도쿄에서 전학생 오사와 히로키(오카다 마사키)가 등장하며 인물들의 관계가 새롭게 그려지지만 도시와 시골의 만남을 화해의 무드로 끌고가는 전형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야마시타 감독은 <후나기를 기다리며> <바보들의 배>가 그랬던 것처럼 작고 귀여운 이 학교의 공간을 시간의 축으로 환원한다. 거기에 도시의 시간이 개입되고 인물들의 공간이 포개지면서 애절하지만 소중한 순간이 포착된다. 숲을 지나 바다로 걸어가는 발걸음은 소요의 거리를 재현하고, 수학여행으로 도쿄에 도착한 이들의 견학은 지나간 오사와의 시간을 통과한다. “갑자기 없어져버릴 것 같으면 작은 것도 빛나기 시작한다”는 대사나 발렌타이 데이에 돌고 도는 초콜렛이 보여주는 감정의 흐름은 영화가 그리는 부드러운 풍경에 지우기 어려운 기억으로 남는다.

야마시타 감독은 겨울날의 스산한 공기(<후나기를 기다리며>), 뜨거운 여름날을 배경(<린다 린다 린다>)으로 청춘의 순간을 담아냈던 것처럼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에선 봄날의 햇빛으로 주인공들을 감싼다. 서늘한 느낌이 컸던 감독의 초기작들을 생각하면 지나치게 따뜻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지나가버린 시간에 대한 허전함과 기억으로 남겨질 시간에 대한 소중함을 놓지 않는다. 항상 다른 길을 가려고 하는 오사와와 갈림길 사이에서 방황하는 소요의 모습은 망설이며 끊임없이 길을 나섰던 <후나기를 기다리며>의 주인공들과 크게 다르지않다. 다만 이번엔 그 느낌이 다소 순정만화 톤의 이야기로 그려진다. 야마시타 감독은 쿠라모치 후사코의 만화 <천연꼬꼬댁>를 원작으로 택한 이 영화에서 보다 친근한 이야기로 말을 건다. 동화적인 상상력과 유머도 늘었다. 하지만 공간과 시간이 인물들 사이의 거리를 묘사하고, 그렇게 그려진 거리가 영화의 감정을 만드는 연출은 여전하다. 현재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 이케맨 파라다이스>에 출연하고 있는 오사와 역의 오카다 마사키와 소요를 연기한 카호가 눈에 띄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음악으로 유명한 쿠루리가 주제곡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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