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 벨 앤 더 버터플라이 Le Scaphandre et Le Papillon
줄리안 슈나벨 | 2007 | 112분 | 35mm | 프랑스
패션지 <엘르>의 편집장인 장 도미니크 보비는 어느날 돌연 의식을 잃는다. 병상에서 깨어난 그는 자신의 육체가 마비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의식은 멀쩡한데 육체가 마비되는 ‘감금 증후군’(locked-in syndrome)에 걸린 그가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곳은 오로지 왼쪽 눈 뿐이다. 한동안 신세를 비관하던 그는 병원의 도움으로 왼쪽 눈을 깜빡여 알파벳을 지적하면서 의사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이빙 벨 앤 더 버터플라이>는 1995년 감금 증후군에 걸린 보비가 왼쪽 눈을 깜빡거려서 적은 글을 담은 책 <잠수복과 나비>(동문선 펴냄)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병에 걸린 지 15개월 뒤 사망할 때까지 그의 상념을 품고 있는 이 책에는 그의 좌절과 희망, 분노와 사랑 등의 감정이 아름다운 필체로 그려져 있다. <바스키아> <비포 나잇 폴스> 등을 만들었던 줄리안 슈나벨 감독은 원작에 자신의 상상력을 덧붙인 극적인 이야기를 통해 영혼의 아름다움을 찬양한다. 보비는 몸을 가눌 수 없는 와중에도 아름다운 간호사를 보면서 성적 판타지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딸 아이의 조그만 행동에 뜨거운 감동을 얻기도 한다. 그는 자신을 꾸준히 돌보고 있는 전처보다 단 한번도 병실을 찾아오지 않는 애인을 더욱 그리워하기도 하며 갑작스럽게 삶에 대한 염증을 느끼기도 한다. 결국 <다이빙 벨 앤 더 버터플라이>는 한 장애인의 인간승리를 그린다기 보다는, 몸은 사지를 도무지 가눌 수 없는 구식 잠수복 안에 갇혀 있다 하더라도 나비처럼 자유롭게 훨훨 날아다니는 영혼 그 자체를 찬미하는 영화다. 줄리안 슈나벨은 “나는 이 영화를 통해 우리가 겪어야 할 죽음의 문제에 관한 해답을 찾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제작의도를 설명한다.
보비의 고통스러운 내면을 드러내기 위해 영화 초반을 1인칭 시점으로만 과감하게 묘사해, 보는 이를 당황하게 만드는 줄리안 슈나벨의 연출력도 훌륭하지만 <다이빙 벨 앤 더 버터플라이>의 백미는 단연 장 도미니크 보비 역을 맡은 마티유 아말릭의 연기다. 그는 몸이 굳어지고 한쪽 눈은 가리고 있는 흉칙한 몰골을 한 채로도 천상을 향해 비상을 꿈꾸는 영혼을 드러내 보여준다. 애초 출연예정이던 조니 뎁이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 촬영 때문에 빠지게 되자 ‘대타’로 참여하게 된 아말릭은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이 조니 뎁 못지않은 연기력의 소유자임을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