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가족 내 불협화음 <사랑을 보여줘 바보야>
2007-10-06
글 : 정재혁

사랑을 보여줘 바보야 腑けども、悲しみの愛を見せろ
요시다 다이하치 | 2006 | 112분 | 35mm | 일본 | 아시아 영화의 창

가족은 희생을 강요하는 걸까. 부모의 교통사고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영화 <사랑을 보여줘 바보야>는 가족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사랑과 관계의 이면을 응시한다. 연예인이 되고 싶은 스미카는 도쿄에서 빚더미에 쫓겨 고향 집으로 돌아온다. 고향 집엔 여동생과 이복오빠, 오빠의 부인이 살고있다. 어머니는 길 위의 고양이를 구하다 차에 치였고,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를 구하려다 함께 사고를 당했다. 이 상황을 목격한 스미카의 동생은 이후 고양이에 대한 공포심을 갖는다.

영화는 이후 두 자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연예인이 되기 위해 가족과 칼부림도 마지 않았던 스미카의 과거는 동생의 만화로 그려지고 그렇게 알려진 가족의 뒷이야기가 스미카와 동생의 관계를 악화시킨다. 가족의 평화를 위해 자신의 재능을 숨겨야 하는 동생은 그 비밀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꿈을 잡지 못한 스미카는 모든 걸 동생의 탓으로 돌리며 가족의 불화를 덮으려 애쓴다.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은 CF 연출 출신답게 빛과 색을 강하게 대비시키며 가족 내 불협화음을 감각적으로 그려낸다. 아스팔트 도로 위에 앉아있는 검은 고양이가 차 사고 장면으로 연결되는 시작은 꽤 강렬하다. 그리고 이 고양이는 이후 굳게 닫혀진 비밀에 조금씩 틈을 내듯 이야기를 파고든다. 의외성과 살인이란 모티브가 가족의 관계를 탐구하는 서술 방법이 극단적이지만 설득력있다. 하지만 영화는 가족의 해체를 주장하진 않는다. 다소 지나치게 설명적인 에피소드가 영화를 무겁게 하지만, 요시다 감독은 제목에서 느껴지는 어감처럼 비극밖에 없어 보이는 이 가족에게 질책 섞인 격려를 남긴다. 한 버스에 타 있는 두 자매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의 엔딩이 인상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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