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문유랑가보>의 리 아이작 정 감독
2007-10-06
글 : 김도훈
국적 없는 감정의 여행

리 아이작 정에 따르면 <문유랑가보>는 "감정적인 여정"이다. 한국계 미국인 감독 리 아이작 정은 겨우 3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고 내전으로 황폐화된 아프리카의 르완다로 뛰어들었고, 아마추어 현지 배우들을 고용해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길을 재촉하는 소년의 로드무비를 만들었다. 초저예산으로 만들어진 화면은 거칠고 어둡지만 소년의 여정을 따르는 관객의 마음에 시적인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바로 그것이 <문유랑가보>가 칸영화제와 토론토영화제 등 국제적인 무대에서 관객과 비평가들의 열렬한 성원을 받은 이유일 것이다.

리 아이작 정 감독이 부산에서 가장 고대하는 것은 부모님의 나라인 한국 관객들의 반응이다. 알칸사스의 작은 마을에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간직하며 성장한 그는 자신의 작품이 특정 국적으로 분류하기를 원치않는 전지구적인 인간이다. 하지만 ‘여기서 어린 시절을 보내지 않았음에도 이상하게 노스탤지어를 느끼게 되더라’고 고백하는 그에게서 설명 못할 유전자적 끌림을 희미하게 본 것도 같다. “스토리와 내러티브가 아닌 감정적인 여행으로서의 영화를 만들고 싶다. 나는 더 멀리 나아가고 싶다.” 작은 미소와 함께 "에피파니(현현, 顯現)의 영화"를 기약하는 젊은 감독에게, 부산은 새로운 영감을 전해주는 장소가 될는지도 모르겠다.

사진 박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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